우리 회사 근처에는 4개의 빵집이 있다. 그중 두 곳은 지역맘카페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가까운 곳에 맛있는 빵집이 두군데나 있다는 것은 나같은 빵순이에게 크나큰 행운이다.
갓 나온 바게트와 재회
사무실 건물에 위치한 A 빵집 대표메뉴는 바게트. 나는 약간 탄 듯 만 듯 거친 느낌의 바게트를 좋아한다. 그런 식감은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는 찾기 어려웠는데 A 빵집의 바게트는 적당히 그을린 빵껍질에서 느껴지는 누룽지처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빵속은 또 어찌나 쫄깃 담백한지..
어릴 때 갓 나온 바게트를 사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같은 반 친구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동네 빵집이었다. 바게트가 나오는 시간은 아침 9시였는데, 토요일 이른 아침에 엄마와 목욕탕 다녀오는 길에 바게트를 사 오곤 했다. 오븐에서 막 꺼낸 바게트는 겉은 종이처럼 바삭하고 새하얀 속빵은 쫄깃했다.
커서는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일부러 빵집에 가기가 쉽지 않아 한동안 따뜻한 바게트를 먹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A빵집 덕분에 다시 추억의 바게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가면 따끈한 바게트가 나를 반긴다.
그 바게트의 유일한 단점은 겉이 너무 바삭한 나머지 부스러기가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번은 바게트를 포장해와서 일하면서 먹었는데, 새하얀 책상 위로 갈색 빵 부스러기가 너무 많이 떨어져 민망할 정도였다. 키스킨이 없었다면 키보드도 부스러기 때문에 진작 고장이 났을 것이다.
아침을 여는 블루베리베이글
옆건물 B 빵집은 베이글 전문점이다. 나는 이곳의 블루베리 베이글을 사랑한다. 출근시간에 딱 맞춰 나오는 따끈한 베이글이 너무 맛있어서 3주 연속 아침마다 베이글을 사러가기도 했다. 출근길에 곧바로 베이글을 사기 위해 일부러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도 했다.
그러다 체중을 재보고 아차! 싶어 아침베이글은 중단했지만 일주일 만에 그 맛이 그리워져 점심을 거르고 B 빵집에 찾아갔다. 아침에 갔을 땐 베이글만 나와 있었는데 오후에 갔더니 사장님이 오븐 장갑을 낀 채 소금빵과 깜빠뉴를 진열하고 있었다. 갓 구운 소금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나는 소금빵 전도사가 되어 빵순이직원들을 모두 B 빵집으로 인도했다. 덕분에 한동안 나와 점심식사를 하는 분들은 식사 후 B빵집에 가서 각자 팀원들 인원수만큼의 소금빵을 사는 것이 일종의 코스처럼 되었다.
B빵집의 또 다른 장점은 대부분 고객들이빵을 포장해 가기 때문에 테이블은 늘 비어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는 점심시간에 혼자 책을 읽고 싶거나 온전히 쉬고 싶을 때 책 한 권을 들고 B빵집으로 피신을 간다. 점심시간에 베이글 먹을 생각에 오전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하게 된다.
흡연자들이 근무시간 중간중간 담배타임을 갖는 것처럼 나도 머리가 복잡하거나 너무 졸릴 때는 빵타임을 가지러 떠난다. 사내 빵순이들끼리 은밀히 모이기도 한다. 비 올 때는 같은 건물에 있는 A 빵집, 잠깐이라도 바람을 쐬고 싶을 땐 옆건물 B 빵집까지 다녀온다. 가게문을 열면 물씬 풍기는 빵냄새에 마음이 행복해지고 무슨 빵을 먹지 고민하는 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던 일 생각은 잠시 내려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