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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의눈 Jul 26. 2023

날파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여름철의 불청객

날씨가 더워지자 집 안에 부쩍 파리가 늘어났다.


거실에 앉아있으면 얼굴 주변에 날파리가 맴돌며 귀찮게 하고, 물을 마시다가 잠시 내려놓은 컵에도 날파리가 붙고, 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 주변에도 한두 마리씩 기어 다닌다.


나와 신랑은 날파리를 발견하면 바로 손바닥으로 쳐서 잡는다. 이쪽에서는 벽에다 하이파이브 짝! 저쪽에서는 허공에 대고 박수를 짝! 엄마아빠가 하도 오두방정을 떨다 보니, 수아도 날파리를 발견하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고사리손으로 바닥을 후려친다. 날파리가 워낙 많아 매일같이 사냥 연습을 하다 보니 6살치고는 꽤 명중률이 높다.


그런데 올해 날파리는 예년과는 좀 달랐다.


작년과 생김새가 다르고, 마리 수도 훨씬 늘어났다. 음식을 먹는 거실, 주방, 하수구가 있는 화장실에만 출몰하던 날파리들이 이제 안방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하수구에 뜨거운 물을 붓고, 음식물쓰레기통을 매일 비우고, 다이소표 날파리 트랩도 설치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릴스에서 묘수를 발견했다.


[ 리스테린용액과 물을 1:1 비율로 섞어 곳곳에 뿌리면 날파리가 싹 없어진다 ]


리스테린용액의 에탄올 성분이 날파리를 없애준다는 것이다. 믿져야본전, 바로 다음날 리스테린용액을 사서 무기를 제조했다. 주방, 쓰레기통, 화장실을 거쳐 화분 주변에 분무기를 난사하는 나를 지켜보던 신랑이 말했다.


"거기(화분) 날파리가 특히 많은 것 같던데 혹시 화분 때문인 거 아냐?"

"앗, 그런가?!"


우리 집 거실에는 총 4개의 화분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뱅갈고무나무의 화분에 리스테린 용액을 뿌렸더니 날파리들이 우르르 기어 나왔다. 다른 화분은 흙색깔과 섞여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뱅갈고무나무는 흙 위에 하얀 자갈을 깔아 두어 날파리가 한눈에 보였다. 얼핏 봐도 꽤 많은 숫자였고, 저 자갈밑에 얼마나 많은 날파리가 더 숨어있을지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검색해 보니 우리 집 날파리의 정체는 '뿌리파리'였다. 녀석들은 리스테린용액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 뿌리파리를 없애려면 노란 끈끈이트랙을 화분에 꽂아두거나, 약을 뿌리거나, 최악의 상황에는 식물을 꺼내 뿌리 속에 숨어있을 파리알들을 털어내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찾은 포스팅에서는 '홈키파'를 뿌리면 효과가 좋다고 했다.


아이와 놀이터에 갈 때마다 뿌리는 외출용 홈키파를 꺼내 곧장 4개의 화분에 난사했다. 저녁동안 세 차례나 홈키파를 뿌리고, 다음날 아침에 두 번 더 뿌렸다. (다행히 홈키파를 뿌려도 식물에는 피해가 없다고 한다)


우선 눈에 보이는 뿌리파리는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다시는 그 녀석들에게 서식의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서 신랑에게 홈키파 한통을 더 사두라고 말하고 난 뒤에야 전쟁이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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