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여름방학하면 좋겠다
쉴 때 다 같이 쉬었으면
아빠가 다니시던 회사는 매년 8월 첫째 주가 여름휴가였다.
우리 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 아빠의 직장동료였는데, 여름휴가철이 되면 다 같이 계곡이나 바다로 놀러 가곤 했다.
어릴 땐 '아빠 회사도 여름방학을 하는구나'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매년 주어지는 15개의 연차 중 내가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내는 시스템이었다.
"그래! 연차는 그렇고. 그래서 여름휴가는 언제냐?"
평생을 한 회사에서 8월 여름휴가를 받아온 아빠는 딸이 다니는 회사에는 '따로 정해진 휴가기간이 없다'라는 사실을 늘 깜빡하시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매년 같은 질문을 하셨다.
"그냥 여름에 연차 3~4일 붙여 쓰면 그게 제 여름휴가인 거예요~"
매번 같은 대답을 하면서 속으로는 '사실 연차를 3일 이상 붙여 쓰는 게 쉽지 않지만요..'라는 말을 삼켰다.
연차를 붙여 쓴다고 그 누구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내 일을 대신해 줄 부사수에게 인수인계를 해야 하고, 대신할 수 없는 일은 미리 당겨서 하거나 휴가가 끝날 때까지 미뤄두었다가 처리해야 한다.
아무리 미리 일을 해두어도 내가 휴가를 즐기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은 책상에 앉아있고, 그동안 또 새로운 일이 생겨나고 내 이름이 담당자로 지정된 페이지가 만들어져 있다.
나조차도 유관부서 담당자가 휴가를 간 동안 '다녀와서 보시겠지..'라고 생각하며 인트라넷에서 메시지를 보내둔다. '복귀 후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는 예의상 한마디와 함께.
자주 가던 회사 근처 국숫집이 이번 주 내내 여름휴가라며 문을 열지 않았다. 35도 폭염에 시원한 열무국수나 먹으려 했건만..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영업 중인 밥집에서 뜨거운 고추장찌개를 먹었더니 땀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이럴 거면 모든 직원이 같은 기간에 쉬어버리면 좋겠어요"
라는 말에 동료직원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인도 방학이 필요하다. 다 같이 쉬는 방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