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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의눈 Aug 16. 2023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

듣지 않고, 말하지 않을 자유

점심시간에 식사를 거르고 단골 카페에 다녀왔다.

오늘은 점심메뉴도 괜찮았고, 함께 먹는 멤버들도 재미있는 분들이라 평소 같으면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혼자만의 휴식시간이 꼭 필요했다.  

내가 이렇게 지친 이유는 월요일 연차를 쓰고 3박 4일간 아이와 친정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신랑은 월요일에 출근을 해야 해서 같이 가지 못했다.

"애만 데리고 친정 가는 와이프 진짜 최고지?"


신랑은 대놓고 기쁜 내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정으로 출발하기 전날 김치냉장고 아래 칸에 막걸리 한 병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니, 간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할 생각에 설렜던 게 분명하다.

처음 이틀 간은 좋았다.


어릴 때부터 단골이었던 삼계탕집에서 고향에서의 첫 끼니를 만족스럽게 먹었고, 아이는 저녁 내내 할머니와 노느라 엄마를 찾지도 않았다. 하지만 6살의 넘치는 에너지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조금씩 지쳐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월요일에는 두 분 모두 출근하시는 바람에 친정집에서 나 혼자 육아를 해야 했다. 기차를 타고 와서 차도 없고, 월요일에는 동네 바닥분수와 키즈카페도 모두 휴무..!

"엄마, 나랑 놀자! 엄마, 이리 와!!"
주말이 지나도 엄마가 회사에 가지 않자 신이 났는지, 딸아이는 하루종일 내 옆에 붙어서 종알종알 말을 쏟아냈다.

"'나는 공주 토끼라고 해' 이렇게 말해야지!"

한창 역할놀이에 빠진 6살 취향에 맞춰, 작은 인형을 들고 아이가 정해주는 말도 안 되는 대사를 치고 있자니 빨리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4일간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으려니 인내심에 한계가 느껴졌다.

귀에서 피가 나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내렸더니, 신랑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우리를 맞이했다. 피로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보니 얄밉기까지 했다.
딸아이는 공휴일 마지막 날 밤까지 내 등에 찰싹 붙어서, "엄마랑! 엄마랑 할래!!"를 외치다가 11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동안 휴일 내내 밀린 업무를 정신없이 처리하고 드디어 12시!
한 시간 동안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고, 말을 하게 만들지도 않고 아이 취향이 아닌 내 취향만을 100% 반영한 빵을 먹으면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려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휴식시간이 없는 풀코스 마라톤 육아를 버티기에는 내 인내심의 그릇이 너무나 작다.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아이와 분리된 시간이 내 모성애를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
거기다 오늘은 1시간의 온전한 휴식시간까지 보냈으니, 저녁 육아를 더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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