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고 다 힘든 게 아니다.
학생 때 좋아하는 과목, 자신 없는 과목이 있는 것처럼 직장인에게도 특히 힘든 업무와 힐링 업무가 따로 있다.
내게는 이벤트 참여현황을 분석하거나 일별 광고데이터와 공식몰 매출을 비교하기 위한 엑셀작업이 '힐링 업무'다.
이미 확보된 데이터를 잘 정리하기만 되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콘텐츠 기획은 일단 고객들에게 내보이기 전까지는 잘된 기획인지, 망작인지 알 수가 없다. 콘텐츠 반응지수가 잘 나왔다고 해도 이미지가 예뻐서인지, 상품이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반면 엑셀작업은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구글링을 잘해서 함수만 잘 짜면 원하는 값을 금방 얻을 수 있다. 뼛속까지 공대생인 친오빠는 스트레스받을 때 수학문제를 푼다는데, 그 마음이 이해된다. 무엇보다 행과 열로 구성된 화면에 반듯하게 표를 만들어나갈 때 느껴지는 은근한 재미가 있다. 셀 오른쪽 아래의 작은 네모를 더블클릭했을 때 오류 없이 결괏값이 다다다 채워지면, 이렇게 효율적으로 보고서를 만든 나 자신이 제법 유능하게 느껴진다.
엑셀은 내게 직장인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고마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