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공항에서 시내로

북경 여행의 첫걸음

by 신정훈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북경 수도공항 역시 복잡한 입국 과정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항이라기엔 너무나 큰 공간, 흡사 화난 듯 지나치게 무뚝뚝한 공항 직원들의 얼굴과 불필요한 갖가지 질문들. 여권 사진을 안경을 벗고 찍었기에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들고 있었더니 안경을 써보라고 한 적이 있어요. 말이 아닌 그의 오른손을 위아래로 까딱거림으로써. 막상 안경을 쓰니 인상을 찡그리며 빨리 꺼지라는 듯 손목을 좌우로 까딱거리는 이유는 뭘까요. 그 까딱거리던 손목을 잡아 꺽어 버리는 것과 잽싸게 손 등에 뽀뽀를 해 버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그에게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나왔죠. 공안사무실 보다는 북경 시내가 더 궁금했으니까요. 그러니 혹시 여러분 중 의느님의 손길로 재탄생한 강남 미녀가 계시다면 중국방문을 심각하게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여권 갱신 한번 하고 오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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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수도공항

언제나 많은 비행기들로 북적이는 수도 공항에선 탑승 게이트가 그렇게나 많음에도 항공편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게이트가 모자라 여객터미널까지 별도의 버스를 이용하곤 한다.




그래도 잠시만 참으면 이국의 풍광이 날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잠시만 참아보자며 자기 위안과 달콤한 최면을 만땅으로 걸고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배달되었는지 기다리고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던 궁색한 옷 보따리를 겨우 찾아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하지만 공항 로비와 연결된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여러분은 깜짝 놀라 뒤로 벌렁 자빠질지도 몰라요. MBTI가 I로 시작되는 분이라면 더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벽에 붙어 우물쭈물하실 거라 확신합니다.



기내 청소를 위해 승객들이 모두 내리길 기다리는 직원들. 모두 나이들이 상당히 어려 보였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가정을 해봅니다.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우승컵을 들고 공항 로비로 나오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그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언론과 팬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네, 그겁니다. 자동문이 열리자 처음 보이는 모습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피켓을 흔들며 당신을 기다리는 모습이거든요. 월드컵 우승은커녕 축구화도 없는데 말이죠. 북경의 공항들엔 항상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만 아니라면 늘 같은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런 입국장의 민망한 상황은 저처럼 대단히 소심한 "A"형들에게는 매우 매우 부담스러운 입국 의식이고, 흡사 해외 원정 도박하다 걸려 강제 송환된 유명연예인처럼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카트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주고 전속력으로 내달리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혹시라도 여러분이 무대 체질이시라면 삐끼삐끼 춤이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도 춰주는 겁니다. 어우 쿵짝 쿵짝~ 언제 이런 대형무대에 서 보시겠어요. 일단 춤을 추셨다면(그래 버렸다면) 추락하는 전투기 조종사가 탈출 낙하산을 펼치듯 “스미마셍~ 스미마셍~”을 외쳐주시는 거 잊지 말아 주시고요. 한국의 이미지는 중요하니까요.


물론 어느 나라의 어느 공항이나 입국장에 마중 나온 사람들은 있겠지만 중국에선 환영나온 지인들보다 피켓을 든 사람들(거의 가이드)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들은 단체 여행객이나 비즈니스로 북경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들이 대부분이라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을 혹시라도 놓칠까 입국자들에게 심하게 집중하는 것이죠. 서로 얼굴을 모르니까요. 도시로는 이례적으로 발리나 푸켓 등 유명 휴양지만큼이나 공항을 나온 가이드들이 많죠. 아무튼 인천공항 입국장의 몇 배의 사람들이 항시 저러고 있으니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북경을 처음 찾는 소심한 이방인들에겐 분명 넘어야 할 거대한 장벽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공산당이 세워 놓은 밀랍 인형들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봐! 우리 인민들은 당신들을 열렬히 환영한다해~” 하는 의미에서 말이죠. TV에서 보던 공산국가(북한이라든지)의 환영은 언제나 “열렬”하니까요. 말이 나온 김에 다음에 북경을 간다면 집게손가락으로 그들의 얼굴(아마 코쯤?)을 살짝 눌러 봐야겠네요.


수도공항 내 철도 북경 수도국제공항

여객터미널로 이동시켜주는 전동차. 승차감이 조금은 규모 면에선 가히 최고이며 공항 이용객들의 동선도 터프하다. 편리하게 잘 짜여 있다.




올림픽을 치러 내며 공항도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북경 수도 공항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이 되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대다수의 비행기는 신청사인 3청사에서 내리게 되는데 이전의 북경 공항을 이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멋지게 지어놨어요. 그래도 넘쳐나는 이용객을 감당할 수 없어 수도 공항만큼이나 큰 공항을 북경의 남쪽에 또 지어 항공편을 분산시킵니다. 중국의 민항기 대부분은 이 북경 남쪽의 다싱 공항을 이용하죠. 수도 공항이든 다싱 공항이든 크고 최신으로 지어놨기에 마음은 천천히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으며 남몰래 비싸 보이는 내장재라도 뜯어 가방 속에 넣으며 오래오래 머물고 싶지만, 막상 공항 건물을 나오게 되면 도착 후 막 피어났던 북경에 대한 호감을 한방에 사라지게 해줍니다.

이십여 년 전 제가 처음 북경에 왔을 때 공항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저를 맞아준 것은 신호를 무시하고 치타의 속도로 내달리던 검은색 아우디 승용차였어요. 공항 건물을 나와 대기 중이던 버스를 타기 위해 수십 명이 함께 횡단보도를 중간쯤 건너고 있을 때 요란한 경적을 울려대며 차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가며 일행의 모자를 십 미터쯤 날려버린 것이죠. 우리가 횡단보도의 초록 불을 확인하고 건넜음은 물론이고요. 타국에 왔다는 설렘은 고스란히 경계심으로 바뀌었고 저의 북경에 대한 첫인상은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리던 까만 아우디 승용차였습니다. 이 작은 사건은 어찌 보면 중국의 현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이룩한 경제의 눈부신 성장. 곧 경제만의 성장 말입니다.


쿨한 것이 미덕인 시대, 좋게 생각하면 일상을 벗어난 여행지에서 쉽게 생기기 쉬운 나태함과 방심을 미리 걷어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아요. 이러한 사전 신고식은 여러분들의 북경 여행을 한결 안전하고 “이해심 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테니까요. 엽떡을 맛본 외국인은 더 이상 김치가 맵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요. 아 정말 고맙다. 아우디야. 큰 도움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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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선

열심히 살아낸 하루의 퇴근길 풍경. 지하철에서 신문이라니, 그립다.




공항에서 나왔다면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합니다. 과거엔 택시와 공항버스만이 시내로 향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지만 가장 늦게 개통된 공항 철도는 보다 쾌적하게 교통요지인 둥즈먼역까지 데려다줍니다. 하지만 버스에 비해 살짝 비싼 요금과 후들거리는 두 다리는 감내해야 합니다. 이용객에 비해 객차 내 앉을 자리가 부족하고 공항철도에서 내려 일반 지하철로 갈아타는 경우 둥즈먼과 시즈먼등 환승역들의 환승 거리는 상상 이상으로 길거든요. 숙소가 가깝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환승역에서 거리가 제법 되는 지역이라면 버스가 훨씬 나을 수 있어요. 길고 긴 환승 거리도 힘들지만 가끔씩(생각보다는 자주) 만나게 되는 에스컬레이터의 고장은 어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는 무척이나 고된 길이 될 수 있어요.


요즘은 외국인에게 택시요금 바가지 씌우는 행위(예전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외곽순환도로를 뱅뱅 돌기가 일쑤였다.)가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시내에서라면 몰라도 공항에서 외국인이 택시를 타기엔 여전히 찜찜합니다. 이건 북경만의 이야기가 아니죠. 세상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죠. 아마 이방인 특유의 어설픈 모습은 전 세계 모든 택시 기사 내면의 무언가(?)를 자극하나 봅니다. 여러분이 평균보다 더 어벙하게 생기셨다면 안됐지만 특히 그렇고요. 그러니 묵묵히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바가지를 씌운다 해도 얼마 되지 않으니 피곤하다면 각오하고 타도 사실 큰 손해는 아닐 수 있어요. 지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택시가 돈다 해도 알 수는 없으니 미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고요. 오히려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한국 내 콜 밴들의 통 큰 바가지요금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라 대륙의 스케일을 생각하면 살짝 실망감마저 들어요. 소국도 이리 스케일이 큰데 대륙 사람들이 쩨쩨하게~


더불어 북경 내 모든 택시 기사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잊지 마시길.


실제로 저의 경우엔 바가지요금은커녕 북경 택시와 관련해 몇 번 인가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택시 기사들의 친절함과 배려에 관련해서죠. 나중에 보다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북경인들 중엔 예의가 무척이나 바른 사람들이 있고 그 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으며 이들이 보여주는 예의의 수준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인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낯선 타국에서 현지인들이 보여주는 작은 예의와 배려는 언제나 이방인들에게 큰 감동으로 전해지는 법이고 이는 여행지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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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먼

지상철인 13호선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주요 환승역이라 러시아워가 아닌 시간에도 이용객은 항상 많았다.




택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뜬금없이 한때 북경에서 가장 많이 운행되던 아반떼 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올림픽 이전 베이징현대차가 차량 홍보와 기업이미지 상승이라는 대박을 노리고 염가에 아반떼 택시를 북경 시내에 풀었습니다. 초기 물량만 무려 1천 대! 국내 언론들도 현대차가 북경의 택시 시장을 접수했다며 난리가 났었죠. 이전까지 오래된 폭스바겐 차에 익숙해 있던 북경시민들도 분명 열광했을 겁니다. 이렇게 깨끗하고 에어컨도 나오는 택시라니! 세상에~ 택시에서 냄새가 안 날수가! 결국 현대차는 택시 1천 대 팔아먹고 택시 회사 차라는 이미지를 얻어낸 거예요. 정말 대단한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덕분에 당시 아반떼는 북경에서 택시 외에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음은 물론이고요. 중국에서 중산층의 상징이랄 수 있는 자가용을 처음 사면서 누가 택시 이미지를 원할까요. 열심히 고생해 나도 드디어 자가용을 갖게 되었어! 하며 누가 택시를 사겠냐고요. 실제로 이러한 마케팅이 중국 내 현대차 판매량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덕인지 북경에서 만난 북경인들의 아반떼에 대한 이미지는 그저 그랬죠.

“ 아반떼 어때?”

“ 오! 좋지. 깨끗하고 에어컨도 막 나오고~ 택시 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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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즈먼

북경에서 여행으로 인기 있는 지역은 거의 대부분 순환선인 지하철 2호선 안쪽인 내성(內城) 안에 위치한다.

참고로 과거 북경은 凸 모양의 내성+외성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지금도 이들 지역은 개발이 억제되어 있다.




천대가 넘는 아반떼를 북경 시내에 깔고 좋아했겠지만 전 세계 어디고 택시는 가장 먼저 낡아버립니다. 택시 특유의 냄새나고 낡아버린 뒷자리에 앉아 현대차를 사겠다는 사람은 장차 택시 기사가 꿈인 철없는 꼬마 외에는 없지 않을까요. 물론 꼬마는 돈이 없고 곧 변절할 것이고요(꼬마들은 늘 사소한 이유로 쉽게 변절한다.). 지금 중국 내 현대차의 어려움은 이러한 잘못된 시장 접근도 단단히 한몫했을 겁니다. 결국 중국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는 중국 브랜드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수입차 특유의 프리미엄을 날려버린 것이죠. 스스로 브랜드의 가치를 깍아버린 것이고 이는 중국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존중이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공항에서 북경 시내로 가장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2호선 둥즈먼역까지 운행하는 공항철도를 이용하거나 각자의 목적지에 해당하는 노선의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버스든 철도는 공항에서 직관적으로 연결되고 비용도 저려한 편이다.




아무튼 제가 가장 추천하는 교통편은 공항버스의 이용입니다. 최종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정거장이 여러 곳 있으니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정거장에 하차하여 도보나 택시를 추가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편리하니까요. 노선에 유명 호텔들이 포함된 경우도 많아 짐이 많다면 더더욱 추천하고요. 지하철은 어디서나 편리한 수단이지만 앞서 말했듯 중간에 환승까지 해야 한다면 다리품이 너무 들어요. 올림픽을 치러 내면서 버스도 새로 단장해 깨끗하고 쾌적해졌고 각각의 청사마다 출국장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곳에 노선별로 정차해 있으니 찾기도 수월합니다. 북경은 행정구역상 도시의 면적은 상당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행정상, 지도상의 크기일 뿐이며 실제 북경 도심은 생각보다 무척 작고 여행자의 활동 영역 역시 생각보다 좁아요. 과거의 북경은 凸 모양의 내성+외성의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북경에서 여행으로 인기 있는 지역은 거의 대부분 순환선인 지하철 2호선 안쪽인 내성(內城) 안에 있거든요. 그러니 공항버스를 이용하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거의 모든 지역이 버스노선에 포함되는 것이죠. 버스에 올라 한숨 자고 나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해 있을 거예요~ 라고 맘 편히 쓰고 싶지만, 사실은 자신이 내릴 곳을 지나치지 않도록 어느 정도는 긴장해야 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영어로 안내방송이 나오니 목적지에 제대로 내리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출국을 위해 공항을 향한다면 몸도 피곤하고 시간에 쫓기게 마련이니 미련없이 택시를 타세요. 한국에 비하면 택시요금도 그리 부담되지 않으니까요. 러시아워만 아니라면 북경 어디에서 출발하더라도 수도 공항이든 다싱 공항이든 한 시간 이내로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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