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5(D+99)_마다가스카르/모론다바
전날 덜컹이는 버스 덕에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하고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바오바브나무 선셋을 보려면 몇 시에 출발해야 하는지 확인한 후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난 시각은 오후 2시. 바오바브 거리까지 우리를 데려다줄 기사님을 찾아야 해서 조금 일찍 거리로 나섰다. 호텔에서 제안한 금액과 온라인상에서 확인한 대략의 금액을 비교한 후 합리적인 제안을 하는 분과 합의에 도달했다. 그분께 내일 일출까지 요청을 드렸고 마음이 편해진 우리는 그제야 만 하루만의 첫끼를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 어차피 세 시간 정도 후에 다시 저녁을 먹어야 했기에 부랴부랴 햄버거 하나씩 욱여넣은 후 바오바브 거리로 향했다.
기대를 너무 잔뜩 해서였을지, 아니면 너무 고된 일정 뒤에 본 풍경이라 그런지 바오바브나무의 첫인상은 대단치 않았다. 오늘 새벽 모론다바 경계를 넘으면서 이미 수차례 버스 창문 밖으로 스쳐간 바오바브나무들의 잔상도 놀랍지 않은 첫인상에 한 몫했던 것 같다. 게다가 바오바브 거리는 100m도 되지 않았고 무언가 더 보기 위해서는 안쪽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는데 다리도 뻗지 못하고 밤을 지새운 우리에게는 꽤나 고단한 과정이었다. 때문인지 바오바브나무 자체보다는 군락지 주변을 둘러싼 마을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마을은 길게 늘어진 바오바브 거리 가에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마을에 집은 대략 열 채 안팎이었는데 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아담한 집들이었다. 집 안의 모습까지 살필 수는 없었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잠자는 용도 외에 대단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전기와 물은 연결되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어른들은 주로 농사를 짓거나 기념품을 팔았고, 바오바브 거리에 종종 등장하는 물웅덩이에서 물고기를 잡는 이들도 간혹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웃통을 벗고 거리를 뛰어다녔는데 관광객이 그저 신기한지 꽤 긴 거리를 쫓아 걷거나 달려왔다. 겉으로는 순수해 보이는 이 아이들이 우리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손가락으로 돈을 달라는 의사표현을 할 때면 또다시 안타까워져 자리를 피하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축이 소였다. 이곳의 소는 대부분 두 마리가 한 조가 되어 달구지를 끌었고 그 달구지에는 사람이 타거나 엄청난 양의 농산물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달구지를 끄는 소들은 힘들거나 귀찮은 시늉도 없이 열심히 본업에 충실했는데 이 모습을 보니 인도의 소가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마다가스카르에 들어와서도 소는 인도에서만큼 많이 보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인도의 소가 쓰레기 통이나 뒤지고 누가 주는 음식이나 받아먹고 있던 반면에 이곳의 소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랄까. 마치 인도의 소는 한량 같았고 마다가스카르의 소는 머슴 같았다. 과연 그들은 바다 건너 동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바오바브 거리로 향하는 길은 완전히 비포장이다. 모론다바에서 20km 이상 떨어진 이곳은 15km 지점에서 포장도로가 끝나고 그 이후부터는 굴곡진 흙길이 이어진다. 아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다가스카르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오바브나무가 목적일 텐데 도대체 왜 이곳을 이렇게 방치할까. 안타나나리보의 궁전 하나 보는데도 만원 넘게 받아 챙기는데 차라리 입장료를 조금 받고 이곳을 포장하면 더 많은 사람이 올 테고 그 수익은 이곳 사람들에게 나눠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물론 우리야 공짜로 봐서 좋았지만 말이다.
바오바브 거리의 선셋은 아름다웠다. 첫인상의 심심함을 한 번에 날렸다고 해야 할까. 특이하게 생긴 나무 뒤로 지는 해는 바오바브나무들의 실루엣을 만들었고 불타는 저녁노을과 어우러져 멋진 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바오바브 일몰을 구경하는 자리는 얕은 웅덩이가 있어 개구리가 서식했고 그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 뱀도 오갔지만 우리는 한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돌아 나오는 길에 아이들 한 무리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의 왜소한 체구는 거대한 나무와 대비를 이루며 더 눈에 들어왔다. 마주친 관광객들에게 모두 돈을 달라 손짓하던 아이들이다. 아마도 순수한 마음에서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의 자본주의 동요에 반응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무료로 멋진 광경을 보고 떠나는 마당에 오지랖일 수는 있지만 부디 다음에 이곳에 오게 된다면 입장료를 받는 잘 정비된 바오밥 거리를 보고 싶다. 그리고 그 혜택이 이곳 사람들에게 까지 전해져 적어도 순수한 아이들만은 관광객들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 바오바브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