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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훈 Apr 24. 2019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우리가 눈물이 나는 이유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블의 어벤져스가 엔드게임이라는 피날레로 막을 내렸다. 2008년 <아이언맨1>으로 시작된 마블의 세계관은 11년 동안 21개의 영화를 통해 쉼 없이 달려왔고, 마침내 22번째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통해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몸에는 전율이 흘렀고, 엔딩으로 달려갈수록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 3시간의 러닝타임과,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이 이토록 짧게 느꼈던 적이 있었을까. 마블의 전매특허였던 쿠키영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대신 눈에 보이는 주인공들의 마지막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힘차게 박수를 쳤다. 



우리는 왜 눈물이 났을까?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정확한 장르는 ‘액션’, ‘SF’이다.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트레스 해소가 SF 액션 장르의 전문분야이지만, 우리는 몇 가지 장면 앞에서 코끝이 찡했다. 흐르는 눈물까진 아니었을지라도, 당신도 나와 마찬가지로 고였던 눈물을 살짝 훔쳤으리라 예상해본다. 그리고 특히나 그랬을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는 엔드게임의 두 가지 장면이 있다. 그 장면들이 우리의 마음에 와닿은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1. Avengers Assemble 


마블은 크게 한탕 벌이기 전에, 멋이 대폭발하는 대사를 한마디씩 외쳐주기를 좋아한다. 이전 영화인 <어벤져스 3 : 인피니티 워>에서는 블랙팬서의 “와칸다 포에버”,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결투에서 "I can do this all day" 등이 대표적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는 캡틴아메리카가 "Avengers Assemble"을 외치며, 마블이 마지막을 위해 작정하고 만든 대전투의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이 대사의 의미는 앞선 영화의 대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대사는 사실 마블 원작의 세계관에서는 캡틴아메리카의 전매특허 대사이다. 사용되는 상황의 순간은 비슷하다. 다 함께 적을 무찌르기 직전의 급박한 순간, 동료들을 향한 격려이자 명령으로서 내리는 대사이다. 때문에 이렇게 중요한 대사를 마블이 11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제대로 보여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재밌는 건 마블이 이 대사를 아껴놓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살짝 간만 보여준 영화의 장면이 있다. <어벤져스 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나오는 어벤져스 원년 멤버들의 전투 장면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Avengers A..." 까지 말하다 만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Avengers Assemble”을 시작으로 마블의 모든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극대화한 모습으로 전투에 뛰어드는 모습은 마블이 팬들에게 선사하는 마지막 장관이었다. ‘이제 마지막이니까 다 보여줄게’라고 소리치는 듯한 장대한 전투씬을 바라보며, 매년 받아보던 선물을 더 이상 받아볼 수 없게 된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쥐여진 선물마저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는 감격이 이 장면에서 눈물이 차올랐던 이유일 것이다.



2. I am Iron Man. 


사실 이 대사는 이미 잘 알려진 명대사이기도 했다. 마블의 첫 영화인 <아이언맨 1>의 마지막 장면에서 토니스타크가 자신이 아이언맨 임을 밝히며 뱉어낸,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은 같은 대사를 던지며 이제는 팬들의 가슴속에서만 기억될 수 있는 영웅이 되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아이언맨 가슴의 파란 불빛이 꺼지는 것을 바라보며 느꼈던 기분은, DC의 <다크나이트>에서 모든 걸 짊어지고 떠나는 배트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것과는 달랐다. 아이언맨의 죽음을 바라보는 순간, 느꼈던 감정과 우리가 흘렸던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미디어의 시대에 태어나 영화라는 축복을 누릴 수 있는 개인으로서, 영화 속의 캐릭터가 미치는 영향은 실제 사회의 하나의 개인이 끼치는 영향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 아이언맨을 따라 하며 손에서 보이지 않는 레이저를 쏘며 자랐고, 아이언맨의 상징인 레드와 골드가 그려진 폰 케이스가 자꾸 눈에 밟힌 적도 있었다. 인생의 큰 선택에 영향을 끼친 물론 없겠지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의 즐거움과 삶의 작은 순간들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은 부정하기 쉽지 않다. 영화의 캐릭터였을지라도 무의식 속에 함께 자라온 친구이자 우상이었을 인물의 죽음을 우리는 직접 목격한 것이다. 슬픈 게 당연하다. 



당연히 우리는 아이언맨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영화 다시보기를 할 수도 있고, TV프로그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없다는 사실이 어쩐지 먹먹하게 느껴진다. 기억을 더듬기 위해 들여다보는 앨범 속 사진이 조금 더 생생할 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I am Iron Man”이라는 그의 대사 덕분에, 더욱더 오래 그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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