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상체를 약간 앞으로 구부리고, 어깨를 말아서 글을 쓰는 시간을 꼭 바랐습니다.
오늘 드디어 그 소원을 이뤘습니다. 거창한 서막처럼 보였지만, 아이패드를 사고 키보드 케이스를 샀다는 자랑이었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전 아이패드가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또 샀다는 소립니다. 이번에 산 건 아이패드 에어입니다. 아이패드 두 개 가지고 있다는 표현 장황하게 해 봤습니다.
원래 하나가 있어서 하나 더 소유한다는 사실에 감흥이 없었습니다. 오래된 곗돈으로 우정템을 장만한 겁니다. 우정에 방점을 찍을까요, 아이템에 찍을까요? 아무튼, 언박싱 한 번 하고 그대로 놔뒀다가 그래도 새로 산 패드로는 글 열심히 써야지 다짐했었으니까 얼른 키보드를 사야겠다 싶어 비상금으로 맘 바뀌기 전에 구매했습니다. 사고 나니 새로운 기능도 익혀야 하고 공부해야 할 것들도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깨달았습니다.
원래 이미 소유하면 더 이상 흥미가 없잖아요. 물건이든, 사람이든. 사람을 소유한다는 표현은 그렇지만요. 관계 맺는다 하면 될까요. 나와 익숙해지면 소중한 것도 모르고 재미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늘 소중하다는 거 아시죠? 패드가 두 개 생기니까 뭐 하나에 관심이 덜 가는 게 아니라 두 개나 있어서 더 좋더라고요. 내게 있는 건요, 내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그래서 내게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패드 하나 더 샀는데 되게 감성적으로 말하네‘ 하겠습니다.
네- 감성적입니다. 뭐 하나 구매했는데도 이리도 행복한 마음이라면요, 나는 언제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새로 산 전자기기 하나에도 마음을 쏟아요 제가.
마음을 다하는 삶, 지치지 말고 해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