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생이란 게 알지도 못하는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나조차도 모르는 나를 타인에게 드러내는 과정의 교차다. 나는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사람들은 그저 한 순간을 보고 지나간다. 나는 한 점을 찍고 지금까지 선을 그어 올라오고 있지만 사람들은 어떤 점만 보고 나를 말한다.
모든 나를 설명할 순 없다. 구구절절 말하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도 없다. 나는 나를 설명하기 위해 사는 것도, 누굴 설득하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니까. 어릴 적만큼 나를 설명하지 않을 때 조금 어른이 된 기분이다.
바보처럼 즐겁고 싶다가도 바보 같은 모습은 싫어 진지해지길 바란다. 그렇게 정도를 모르면 깊어진다. 나를 향해 깊숙이 내려가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세상 속에 살아야 하는데. 나도 가늠되지 않는 진짜 나와 바라는 자아상의 모순, 그 사이에서의 갈등, 그리고 타협을 해내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내가 있다. 부단한 담금질을 거쳐야만 만들어지는 나. 그 ‘나’는 내일 또 다르다.
아무렇지 않게들 살고 있지만 경계선에서 외줄타기 하는 우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노력은 오직 나 자신만이 알겠지. ‘타인에게 우스워 보이지도 않고,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지도 않아야 한다. 해맑으면서도 바보 같지 않아야 하고, 모두에게 다정하면서도 단단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겠지. 그렇게 모두가 줄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나라는 갈림길도 끝없이 걸으며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왜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오늘밤의 나와 내일 아침의 내가 또 다르겠지. 다만 어느 순간에도 나 아닌 순간은 없길-
나라는 선을 그어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