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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군 Dec 22. 2020

실패한 투자자, 성공한 투기꾼

3줄 요약 有

실패한 투자자, 성공한 투기꾼


실패한 투자라는 표현은 익숙합니다. 나 혹은 지인이 손절하는 모든 매매를 실패한 투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성공한 투기꾼이라고 상상이 잘 안됩니다. 투기꾼의 성공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그다지 듣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


목적이 이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우리는 투자를 하는 사람을 투자자라고 하지만 투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투기꾼이라고 합니다. '-자'는 가치중립적인 반면, '-꾼'은 어떤 일에 능숙한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투기에는 부정적 어감이 들어가 있습니다.


느낌은 알겠는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매매를 확실하게 [이건 투기다. 저건 투자다.]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주식을 거래하는 A와 B 두 사람이 1년간 20%의 수익을 냈다고 했을 때, 투자자 혹은 투기꾼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면, A와 B는 독립적으로 투자자도 투기꾼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준이 상대적이라면 A가 B보다 투기적인 성향이 있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내가 투자자인지 투기꾼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기준이 있다면 절대 투기꾼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은 봤고, 영어사전은 어떨지 봤습니다.


결국은 기도!?



금융 쪽으로는 둘 다 매수가 보다 매도가 비싸길 희망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입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 개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 The intelligent investor]에서 투자는 철저한 분석 하에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라고 하였습니다.


차이는 분석을 통한 예상과 추측의 차이입니다. 100% 추측만으로 포지션을 잡고 기도한다면, 이는 투기입니다. 반대로 분석을 통한 예상을 바탕으로 포지션을 잡고 희망을 품고 관조한다면, 이는 투자입니다. 단일 매매의 성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태도가 쌓이다 보면 투자자는 실패하더라도 일어날 힘이 있을 것이고, 투기꾼은 어느 순간 큰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것입니다.



투자와 투기 사이


정리하자면,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것은 분석의 정도입니다. 분석은 되지 않고 소문이나 뉴스 하나에 매매를 하면 이건 누가 봐도 투기입니다. 반대로 철저하게 자신의 기준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목표가를 잡고 상상 가능한 뉴스를 분석하여 가격이 상승과 하락에 놀라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물을 타든(내리는 주식 추가 매수), 불을 탄다면(오르는 주식 추가 매수) 이는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지개 사이에 있는 색의 구분처럼 항상 문제는  사이에 있습니다.


직접 투자를 하면서 점점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덱스 펀드나 ETF에 정액분할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모든 투자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미래를 예측하여 나름의 결론을 내려 자신의 돈을 넣어야 합니다(포지션을 잡습니다).


투자, 그중에 특히 주식은 대응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사전의 예측이 없다면 할 수 없습니다. 대응이라는 것이 예측에 벗어났을 경우 일부 손절(포지션 축소)을 하거나 평균 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 매수(물타기)를 하는 것입니다. 예측이 없다면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투기성향이 강할수록 변화에 대응하기는커녕 당황해 얼어버립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중한 돈을 일부러 잃을 것 같은 쪽에 넣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 주식을 시작한 친구가 있습니다. 파란 종목들을 한 움큼 가지고 왔습니다. 어떻게 하냐 물었습니다. 제가 전문 투자자도 아니고 개별 종목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매수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말을 잘 못합니다. 추궁하니 결국 지인한테 들었다고 합니다. 다른 종목은 뉴스를 보고, 또 다른 종목은 차트가 예뻐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도 자주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최근 항공주를 매매했는데 반박할 수 없는 탄탄한 논리였습니다. 수익구간도 있었지만 목표가 만큼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손절은 했지만 빠른 대응으로 3% 미만에 그쳤습니다. 성과를 떠나서 당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대단한 금액을 굴리는 건 아닙니다. 평범한 30대 직장인 용돈 모아 반찬값이라도 나오면 좋은 거죠. 하지만 이제는 투자자입니다.


 

진인사대천명


제가 내린 결론은 진인사대천명입니다. 운을 과하게 강조하는 느낌도 있지만, 운칠기삼일 수도 있겠네요. 결과는 운도 따라야 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일(스스로에게 떳떳한 분석)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쉬운 마음을 기준으로 이야기합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미련은 남지 않고 미래를 봅니다. 아쉽지 않습니다.


시험 준비와 성적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시험 준비를 잘해도 원하는 점수를 모두가 받을 수는 없습니다. 똑같이 반에서 2등을 해도, 좋은 머리 믿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아쉬움이 클 것입니다. 반대로 꾸준히 준비하여 모든 것을 불태웠다면 아쉽지는 않습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손절을 해도 아쉬움이 없으면 투자를 한 것이고, 익절을 해도 더 먹지 못해 아쉬워한다면 투기를 한 겁니다.




3줄 요약


1. 투자나 투기나 돈 벌자고 하는 행위이고 미래를 희망합니다.

2. 차이점은 희망의 뿌리가 분석을 통한 예측인지 근거없는 추측인지에 따라 나뉩니다. 그렇다면 분석은 어느 수준까지 해야할까요?

3.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면 되고, 아쉬움이 남는지 여부로 판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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