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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군 Jan 10. 2021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의 이유

거위 할인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의 이유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자율과 할인율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지게 된 농부는 황금알을 팔아 부자가 되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거위에 배속에 황금을 한 번에 꺼내기 위해 배를 갈랐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야 주인 멍청하네.. 하고 넘어갔는데, 뛰어난 경제관념과 더불어 훌륭한 교육자가 만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금리를 기준으로 한 이자와 할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전 채권 이야기에서 금리를 가지고 이야기했는데 그 개념을 적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따로 하단에 *링크 넣겠지만, 정리하자면 돈 넣고 돈 받는 것을 예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자율이 5%라면, 우리가 100만 원을 넣으면 1년 뒤 105만 원이 될 겁니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금리만큼 이자를 받아야 하니 이자율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100만 원을 빌리면 1년 뒤에는 105만 원을 줘야 합니다. 빌린다고 하니 돈이 없어 보입니다. 바꿔서 말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사과를 파는데 단골이 외상으로 100만 원치를 가지고 가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장 급하게 가져가니 내년에 105만 원 줄게]


이 거래를 통해 우리는 단골에게 1년 뒤 105만 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사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년에 받을 105만 원을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단골이 와서 이야기합니다.


[로또가 돼서 지금 바로 돈 줄게]


105만 원 받을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105만 원 받을 걸 5만 원 할인해서 100만 원 받았습니다. 이렇게 미래에 받을 돈을 당겨서 받게 되면 할인을 하게 되고 할인율이라고 합니다. 금리는 이 둘을 포용하는 포괄적인 말입니다.


지금의 돈을 미래로 날릴 때는 이자율

미래에 돈을 현재로 당겨 오면 할인율



거위는 자산


할인율 적용하기


우화에서는 거위라고 나왔지만, 현실에서는 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년 정해진 이자를 주는 채권(이표채)이 될 수 도 있고, 매달 월세를 받는 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고배당 주식일 수도 있겠네요. 꾸준히 돈이 나오는 것이 동일합니다.


일확천금을 노린 농부는 거위를 죽였습니다. 그렇다면 농부는 어느 정도의 금액을 생각했기에 거위에 칼을 댔을까요?


앞서 말한 할인의 개념을 적용해보면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약간 극단적이지만 편의상 하루에 5%라고 하겠습니다. 매일 나오는 황금알을 팔면 1,000만 원에 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나올 황금알의 가치를 오늘로 당긴다면 50만 원을 할인한 950만 원입니다. 같은 식으로 이틀 뒤면 902.5만 원 사흘 뒤의 황금알은 857.4만 원 이런 식으로 5% 복리로 내려갑니다. 언젠가는 가치가 0에 수렴할 것입니다.


무한 등비급수의 합이라고 보면 됩니다. 135일 뒤에는 가치가 9천 원 대로 떨어집니다. 하루 단위로 적용을 해서 4달도 안돼서 가치가 폭락하는 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단위를 한 달로 하든 1년으로 하든 단위당 할인율이 5% 라면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나올 황금알 값을 현재로 할인하여 당긴다면 그 합은 2억 원입니다. 계산은 어렵지 않습니다. 황금알의 가격을 할인율로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1,000만 원 / 0.05 = 2억]


농부는 2억을 일시불로 받을 생각으로 거위를 배를 갈랐을 겁니다. 알이 20개 정도는 있을 줄 알았나 봅니다.




농부의 이유


어리석은 판단인 것은 맞지만, 농부의 입장에서 빚 독촉이 있다던가 더 좋은 사업제안을 받아 2억이 급했다면 칼을 댔을 수도 있습니다.(뱃속에 알이 하나도 없었을 줄이야...)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인이 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 정도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위가 안정적으로 계속 알을 낳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알을 덜 낳을 수도 있고(매출 감소),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외부 충격에 의한 사업성 소멸). 거위의 수명(감가상각)도 있죠.


농부 입장에서는 적당히 벌었다 싶으면, 이쯤에서 권리금 정도 받고 거위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결국 한 푼도 못 받았지만)


하루 단위라서 수익률이 비현실적(1년에 5,400만 배)이긴 한데, 요즘 식으로 바꿔서 우리가 매년 1,000만 정도 벌 수 있는 사업체가 있는데(작은 돈은 아니지만, 인생 바꿀 돈도 아니죠) 누가 이걸 2억에 사겠다고 하면? 그리고 마침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일이 다가오고 있다면? 꾸준히 돈이 나오더라도 팔고 싶어질 겁니다. 그러다 사기당하면 농부 되는 거죠.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농부의 판단 자체가 아주 멍청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 적어봤습니다.





* 채권, 금리? 쉽게 풀어드립니다. : https://brunch.co.kr/@samjung/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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