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총 정리
반가운 소식이다. 8.4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서울 7만 호 수도권까지 약 26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추진 배경 역시 눈길을 끈다.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만, 수요 중심 정책에서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말미에 첨부파일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전문 다운로드하여 보세요)
기존 방향성이었던 (투기)수요 억제 정책은 가격 하락 요인이 된다. 하지만 시장 전체 효용성을 감소시킨다. 전에 포스팅한 예시에서는 하나의 숫자에 지나지 않다. 현실에서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가장이고 폐업 신고를 해야 하는 사업주다.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 억제와 공급 증가 정책은 장단점이 있다. 수요 정책은 즉시 시장에 반응을 줄 수 있다. 한마디로 빠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의 활력(거래량)을 줄이고, 시장 참여자의 만족도를 감소시킨다. 이번에는 공급 정책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거래량, 가격,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만족도(효용)의 측면에서 살펴보려 한다.
먼저 지난번에 사용했던 시장을 다시 가지고 와봤다.
다시 정리해보자. 총 5건의 거래가 일어날 것이며 붉은색 표시가 된 5억 원까지 공급(판매)할 의사가 있는 F~J는 5억 5천만 원에 주택을 팔 것이고, 6억까지는 살 의사가 있는 K~O는 5억 5천에 주택을 구입할 것이다. 거래에 성공한, 공급자(F~J)는 자신이 생각한 금액보다 비싸게 팔아서 만족할 것이고, 수요자(K~O)는 자신이 생각한 금액보다 싸게 구입했으니 만족이다. 모두가 win-win 하는 것이다.
서로의 만족한 정도는 차액을 더한 25억(수요 측 12.5억, 공급 측 12.5억, 자세한 건 앞에 포스팅 참고)이다.
[원래의 시장 : 5건 거래 / 가격 5억 5천 / 만족도 25억]
이제 공급 정책을 시행해보자. 방법은 다양하다. 신규택지를 발굴해 부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업승인 과정을 지원해 합의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용도를 변경해 사업성을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한 업체가 단독으로 진행했을 때보다는 사업성이 좋아진다(비용이 줄어들거나 매출이 오르거나). 그래서 개별 공급자들은 기존의 희망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든 공급자가 1억 씩 희망 가격을 낮춘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공급 측을 보자. 재미있는 점이 생겼다. 0원에도 공급하겠다는 J이다.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도 있다. 직원들 급여를 줘야 하기 때문에 혹은 업력을 쌓기 위해 사업을 돌려야 하는 경우이다. J에게는 정부의 지원으로 비용만 충당하면 그걸로 족하다. 새로운 공급자 X가 들어왔다. 하지만 희망 가격이 높아 시장에서 거래를 성공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수요 측에도 Y가 추가되었는데, 누적인원이 무한대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기 때문에 Y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X와 마찬가지로 거래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시장은 어떻게 변하게 됐을까? 가격은 5억 원에 거래된다. 기존 시장 가격보다 5천만 원 내려갔다. 주택 가격 안정화를 달성했다. 공급자 E~J, 수요자 K~P는 거래를 하였다. 각각 6명씩 총 6건의 거래가 일어나게 된다.
거래량은 5건에서 1건 늘었다. 기존 시장에서는 주택을 구입하지 못했던 P는 내 집 마련에 성공했고,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던 E는 당분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의 효용(만족) 측면은 다음과 같다. 수요자 K는 10억에도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5억에 거래를 했으니 5억 만큼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다. L은 4억, M은 3억, N은 2억, O는 1억 만큼 만족했다. 마지막으로 P는 거래는 했지만 추가로 얻은 만족은 없다(그래도 집을 구한 것 자체가 행복하지 않을까?). 이들이 만족한 총액은 5 + 4 + 3 + 2 + 1 + 0 = 15억이다.
공급자 J는 사업만 유지하면 됐다. 그런데 5억을 받았으니 5억 만큼 만족했다. I는 4억 만큼, H는 3억, G는 2억, F는 1억 만큼 만족했다. E는 P와 마찬가지로 거래는 하였으나 추가로 느낀 만족은 없다. 이들의 총합은 5 + 4 + 3 + 2 + 1 = 15억이다.
시장 참여자의 만족도는 총 30억이다.
[공급 정책 1억의 시장 : 6건 거래 / 가격 5억 / 서로의 만족도는 30억]
지금까지 살펴본 1-2편의 정책별 시장의 거래량 / 가격 / 총효용은 아래와 같다.
ㄱ. [원래의 시장 : 5건 거래 / 가격 55,000만 원 / 만족도 25억]
ㄴ. [수요억제 1억 : 5건 거래 / 가격 50,000만 원 / 만족도 20억]
ㄷ. [수요억제 2억 : 4건 거래 / 가격 45,000만 원 / 만족도 16억]
ㄹ. [공급장려 1억 : 6건 거래 / 가격 50,000만 원 / 만족도 30억]
ㄴ과 ㄷ처럼 수요 억제의 방향은 가격은 잡을 수 있지만 만족도(효용)는 감소한다.
ㄹ의 공급을 늘리는 방식은 가격도 잡으며, 거래량도 증가하며 만족도 역시 증가한다.
8.4 부동산 공급대책을 통해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 한 가지를 꼽자면 그것은 정책의 지속성이다. 지속성은 신뢰다. 정책은 도로 위 신호등과 같다. 모두가 믿어야 효과가 있다. 빨간불에 아무도 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10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 플랜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수시로 진행사항을 공시해 시장에 알려야 한다.
흔해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수도권 아파트가 흔해지기는 힘들다. 최소한 앞으로 더 귀해지지는 않으리라는 정서는 생겨야 한다. 더 이상 양도차익을 얻기는 힘들겠다는 합의(컨센서스)가 생길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강화되는 보유세 및 양도세와 주택의 기대 수익률을 저울질할 것이다.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여기까지 온다면 성공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공급을 늘린다는 시그널이다. 다만 2023년 이후에도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는 대응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지속적인 공급 계획이 시장에 알리지 않는다면 26만 호의 공급은 부동산 버스(놓치면 평생 집 못 산다)의 연장운행에 그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공급 확대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급 확대가 선이고 수요 억제가 악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예로 25년 전에 200만 가구를 공급했습니다. 11만 가구 이상이 미분양이 되었고, 건설업 협회에서 정부에 미분양 물량을 임대로 받아달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 길게 쓰다가 주제에 벗어나는 거 같아서 삭제했는데 기회 되면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에 경제 포스팅을 하는 쌤정입니다^^
여기까지 부동산 정책을 통해서 수요와 공급을 알아봤습니다. 사실 퇴고를 하며 절반 이상 날렸습니다. 부동산보다는 금융이 주 전공이지만, 저 역시 30대 세대주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봅니다.
설명이 부족하거나 모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주시고요,
다음에 다른 주제를 가지고 경제 이야기 풀어보겠습니다.
투자가 의무가 된 요즘, 쉽고 재미있게 금융을 읽을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 곳에서 바라보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에서는 하나의 이론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포스팅에 하나의 이슈, 하나의 이론을 소개하고 두 가지를 연결하는 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회차가 쌓여가면서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