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는 당연한 것이다.
대학교 시절 연극 공연을 올릴 때였다. 공연 날은 얼마 남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배우들끼리 불화도 있었고, 소품도 아직 구해지지 않았다. 대사를 못 외운 배우들도 있었다. 이렇게 하는데 공연을 올릴 수가 있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공연은 올라갔고 끝나고 나서는 서로 수고했다고 안아줬다.
대학로 나와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더 큰 문제들과 맞닥뜨렸다. 학교 선배와 극단을 창단해서 우리가 제작을 하는 입장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연을 해야 했다. 준비하다 보니 판이 커졌고, 한 달 대관료만 천만 원이 넘게 들어가야 했다. 대관료 문제뿐만 아니라 더 큰 벽들이 우리의 걸음걸음을 가로막았다. 이렇게 해서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사히 공연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공연은 올라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문제는 당연한 것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에서 문제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해결에 집중할 것인가?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닦아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나,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빠른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계획은 언제나 가설이다. 계획대로 되면 너무나 좋겠지만 언제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배우가 가는 길>을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 한 문제에 맞닥뜨렸다. 함께 하는 배우가 알바를 하러 킥보드를 타고 가는데 팔이 부러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뒤 에피소드를 미리 찍어 둔 상황이었고, 부러진 팔이 나온다면 이야기의 흐름이 맞지 않는다. 선택해야 했다. 촬영이 들어가면 배우는 더 이상 배우 자신만의 몸이 아니다. 컨디션 관리와 자기관리는 필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배우를 탓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리 찍어 둔 뒤 에피소드를 다시 찍을 것인지 아니면 팔을 가리든지 해야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약이 있었고,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을 해야 했기에 최대한 팔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우리의 촬영 스케줄은 총 6회차 + a였다. 6회차는 연습실에서만의 촬영이었고 + a는 야외 촬영이었다. 6회차 분량을 잘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1회차 더 분량이 남았다. 1회차 더 연습실을 예약하고 촬영을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그전까지는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스태프적인 것을 더 많이 도와줬었다. 에피소드 뒷부분에 출연을 했기 때문이다. 그 멤버가 출연을 하니 스태프로 도와줄 사람이 부족했다. 혼자서 카메라 두 대와 조명을 만지며 연출을 하는 것은 훨씬 더 나를 어렵게 했다. 생각한 시간 보다 더 딜레이 되었다. 딜레이가 되니 마음의 부담이 더 느껴지기 시작했다. 찍을 분량은 많이 남아있는데 시간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거 같았다. 결국에 찍을 분량을 남기고 다음 회차에 찍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공식적으로 연습실 8회차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변수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텀블벅 펀딩이 잘 진행되어서 여유자금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재정적으로 힘들었다면 짧은 시간이 많은 것들을 억지로 해나가려고 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퀄리티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변수는 당연한 것이다. 그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계획은 필요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떠한 반응을 선택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 이렇게 작품을 해나가면서 나는 인생을 배운다.
작업을 하면서 매번 한계에 부딪친다. 한계를 만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어려운 만큼 나는 성장할 것이다.
끝나고 엄청나게 성장해있을 내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