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 제작기 7

나를 캐스팅 한다.

by 쓰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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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캐스팅 한다.


나는 여린 사람이다. 눈물도 많고 예민한 성격을 가졌다. 행복을 잘 느끼는 동시에 힘듦도 잘 느낀다.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밌기 때문이다. 연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그것들은 재미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위해서 함께 애써나가는 것. 과정을 즐기는 것. 나아가 이 과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되길 바라는 것. 그것이 내가 연기를 하고 작품을 대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연기가 내 삶을 갉아먹거나 연기 때문에 삶이 너무 힘들어지면 과감히 포기할 것이다. 연기보다 내 삶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4월 16일 목요일. 드디어 첫 촬영을 했다. 그리고 18일, 19일 3회차 촬영이 끝났다. 첫 촬영 전 긴장을 많이 했다. 스탭이 없는 상황에서 출연하는 배우들이 스탭적인 것들도 신경을 쓰고, 나는 연출을 하며 출연을 하고 카메라 구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첫날 저녁에 결국 약간의 호흡 장애가 왔다. 밤에는 목소리까지 완전 잠겨버렸다. 이렇게 상태가 좋지 않아지면 이 상태가 계속해서 이어질까 봐 불안함이 올라온다. 일요일에는 허리까지 삐끗했다. 갑자기 허리 뭉침이 확 올라왔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 큰 불안함이 올라왔다. 1년에 한 번 정도 허리가 말썽을 부린다. 허리가 아프면 일상생활의 지장이 크다. 에너지 소모가 몇 배가 된다. 신경을 쓰는 것은 몸을 쓰는 것만큼 체력 소모가 심하다. 촬영 현장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누군가가 선택을 해주어야만 연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출연을 하기 위해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물론, 연기력은 기본이다. 그런데 또 연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연기가 받쳐주지 않은 배우들도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출연하기 위해서 프로필도 많이 돌리고, 캐스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배우로서 자존감이 약했던 나는 그 짓을 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더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 작아지니 나를 더 보여줄 수도 없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선택을 해야 했다. 어려운 이해관계 속에서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일보다 스스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나를 선택해야겠다 생각했다. 배우로서 내 삶의 주도권도 내가 잡아야겠다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게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나게 작업을 이어가야겠다 생각했다. 나를 알리는 작업도 힘들고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것도 힘들다. 다 힘들다. 나에게는 나를 알리는 작업이 더 힘들다고 생각되었다. 그 작업은 노력이 바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고 연출을 하고 우리 팀이 작품을 만들면 시간이 지나면 작품의 퀄리티는 높아질 거라 확신했다. 그 증거가 내가 처음 쓴 글을 영상화 시킨 것이 3분짜리 장면이다. 그 3분이 9분이 되고, 12분이 되고, 30분이 되고 지금은 두 시간 가까운 분량을 기획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촬영 시간이었지만 행복했고 즐거웠다.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닫는 건


"내가 이 짓을 하기 정말 잘했구나.

나는 이 작업을 사랑하구나.

이걸 계속하면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재미나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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