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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Oct 27. 2021

집도 먼데 반차를 왜 써?

2021년 10월 26일

나는 출퇴근에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도어 투 도어로 왕복 3시간 30분 정도?


오전 반차를 쓰고 출근하려면 낮 12시 30분에 집에서 나와야 하고,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 도착하면 시계는 벌써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반차가 아니라 연차를 쓰면, 출퇴근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어서 내 시간이 훨씬 많아진다. 굳이 처리해야 할 개인 용무가 없고, 회사 근처에서 개인 약속이 없다면 반차를 쓰기보다는 연차를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스케줄이 없어도 반차를 쓴다. 

그리고 가끔은 휴가를 써도 집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휴가도 쓴다. 

그럼, 사람들의 대답은 이렇다.


"집도 먼데, 왜 반차를 써? 차라리 연차를 쓰고 푹 쉬지!"

"어차피 집에서 일해야 한다면서 휴가는 왜? 푹 쉴 수 있을 때 쓰지!"

"휴간데 집에서 일을 왜 해, 그냥 신경 쓰지 말고 푹 쉬어"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반차가 쓰고 싶고, 휴가 내고 집에서 일을 하고 싶다. 




팀원들의 휴가 결제를 받다 보니, 이런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휴가 가서 일하거나, 별일 없지만 그냥 반차 쓰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 


팀원들이 집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으면,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인계하거나, 일정을 조금 미루라고. 쉴 땐, 푹 쉬라고. 하지만 팀원들은 그냥 자기가 하는 게 속 편하다고, 알아서 하겠다고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다.


비효율적이다.

그런데 왜 일까.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쳇바퀴 속 다람쥐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쳇바퀴는 한 없이 돌고, 나는 그 박자에 맞춰 한 없이 뛴다. 오른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왼쪽으로 발도 뺄 수도 없다. 불가항력적인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냥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2~3일 밤새서 미친 듯이 일하는 것과는 다르다. 2~3주 정도 업무 시간에 업무 밀도가 굉장히 높을 때. 일정에 맞춰해야 할 것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을 때. 내가 내 일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때. 나는 그런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기분일 때의 해결책이 '특별히 할 일 없는 반차'와 '업무 하는 휴가'였다. 특히 반차는 아무것도 없는 일상에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약속을 잡자니 피곤하고, 그냥 평소처럼 일하자니 뭔가 버티기 힘든.. 그런 순간에 쓰면 뭔가 해방되는 기분이다. 


내 시간의 주도권은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이상한 말 같지만 나는 이런 반차나, 휴가 중에 업무를 하며 종종 자유를 느낀다. 어떻게 보면 여유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하지만 나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일정과 스케줄에 휘둘리고 얽매이지 않는 자유?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때, 비로소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역사를 보면 사람에게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나는 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런저런 이벤트를 만든다. 

그리고 의식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쓰고 나니.. 이건 무슨 '자유 강박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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