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짜증이나 화내지 않고 말로 표현해 줘서 고마워
"이제 저녁 먹자!"
소파에 앉아 차분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좀 쉬었다 먹을게요."
오!
짜증 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리한아 방금 진짜 멋졌어.
짜증내거나 화내지 않고
리한이가 원하는 걸 잘 이야기했잖아.
고마워."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마음이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겨난 또 다른 감정을
표정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어른인 나도,
남편한테 불만이 있을 때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야기하면 될 것을
밖으로 꺼내지 못해
속에서 썩어 결국 '화', '억울함'같은
감정으로 변해
퉁명스러운 표정과
이모티콘 하나 쓰지 않는
툴툴거리는 카톡을 보내곤 한다.
어른도 이렇게 행동하는데
7살 아이도 어렵겠지.
글을 쓰면서 깨닫고 있다.
그렇지만 매 번 아이의 변질된 감정으로 나타난 행동을
받아주기는 정말 힘이 들 때가 있다.
'쉬고 싶다'는 마음이
짜증과 화로 섞여서
일그러진 표정과
뾰족한 목소리와 말투,
불편함이 온몸에서 분출된다.
리한이가 좀 더 어렸을 때는
달래도 보고 차분하게 설명도 해보고 했지만
에너지가 많이 바닥난 지금의 나는
표정과 말을 잃어버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잡고 있던 손을 놓기도 한다.
회피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나를 보면
나는 알 수 있다.
많이 지쳤다는 걸.
이런 상황이 하루에 2, 3번은
이뤄지는 날들이 반복되고
리한이를 만나는 시간이 다가오면
긴장과 착잡함이 섞여
한숨을 내쉰 적이 여러 날이다.
감정코칭을 제대로 배우기로 맘먹은
이유 중 하나도
리한이와의 관계 회복이었다.
10번 중에 10번 모두
감정을 읽어줄 수는 없더라도
하루에 한 번이라도
아이가 투정 부리는 상황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배우기 시작했다.
오늘 유치원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릴 땐
'오늘 유치원 가기 싫은 마음이야?'
씻으라고 하니 씻기 싫다고 짜증 날 땐
'지금 씻는 게 좀 귀찮은가 보네?'
젓가락질이 잘 안돼서 좌절할 때
'잘 안돼서 답답하고 속상하지.'
오늘 리한이의
'좀 쉬었다 먹을게요.'
이 담담한 한마디가
어둠 속 작은 빛이 보인 듯했다.
오늘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