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2021)
햇수로는 벌써 손가락을 세 개 이상 접게 되는 북클럽의 9월 모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로 이야기 나눴었다. 다른 분의 발제문은 그대로 남기지 못하더라도 내가 발제한 부분은 기억하고 싶어서 최대한 당시 내용들을 복기해서 적는다.
먼저 내가 카톡방에 공유한 발제문이다.
<D.P>는 <오징어게임>과 함께 하반기 OTT 시장의 호황을 선두에서 견인했는데요, 이 작품을 중심으로 생각을 나눠 보아요.
저는 구교환 배우의 한호열 캐릭터가 눈이 가더라고요. 극에 생기와 활기찬 흐름을 만들어주는 게, 거친 섬유들 사이 마찰을 줄여 부드럽게 하는 섬유유연제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으로 장르를 바꾸면서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으려는 문학적 장치, 허구적 인물이라는 생각도요.
발제일 이후 알게 됐는데 D.P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 한다. 인기의 반증이다. 모임 당시에도 직접 겪은 사람들과 비단 군대가 아니더라도 사회의 전체주의적 측면 또는 사회성에 대해 고루 이야기가 나와서 정해진 시간을 넘겨 2시간 반 동안 진행했었다.
1. D.P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A :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 **년도 군생활 그 자체에 대해 다루고 있다.
B : 본능에 관한 이야기다. 우월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인간 본능. 결국엔 '내가 너보다 낫다' 하려는 인간 본성에 대해 다룬다. 서열 본능, 까라면 까가 실현화되는 공간에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가 의미하는 건 본능이 제한되고 지시와 통제가 주를 이루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드러나는 그 본능을 폭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단체생활에서 드러나는 본능이라는 것.
2. 사회생활 안 해 봤다는 말의 뜻
A : 사회생활은 비겁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비겁할 줄 모른다는 뜻이지.
B : 머리가 아닌 힘의 질서에 눌려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밟혀본 적 없다는' 말이지.
3. 눈이 가는 캐릭터
A : 가장 잘 고증된 캐릭터로 헌병대장을 뺄 수 없다. 시대를 관통하는 군대 그 자체를 표현해낸다. 동쪽인지 서쪽인지 방향을 명확히 하지 않는 점도 소름 끼치게 같다.
B : 폐급을 얼굴로 미화하는 캐릭터 정해인. 이건 정말 반칙이지.
C : 한호열. 각을 세우지도 들이받지도 않는 인물이다. 굳이 내 손에 피를 안 묻히는. 군대 등의 조직에는 밑을 잡아줘야 하니 악역이 필요한데
D : 탈영병 조석봉. 이 조직에서 곪아서 터진 고름이다.
4. 성격이 달라진 경험
참여자 중 남성은 대부분 군대를 꼽았다.
그리고 군대를 제외하고는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바뀌어 순간순간 자신이 낯설 때가 있다고 답했다.
5. 군대라는 곳.
A : 없어져야 하는 대상이라 생각한다. 뭘 그렇게 병정 놀이에 몰입하는지 모르겠다.
B : 군대는 큰 일로 만들면 안 된다. 자정할 능력이 없는 집단이다. '원래 그런 애'로 만드는 게 속편해서 그렇게 하다 보니 썩는 곳이다.
C : 미국은 군인 선발 시험 까다롭고 장학금과 시민권 등의 특혜가 있다. 또 참전병에 대한 존경이 있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전 없이 전쟁은 외국에서만 했으니. 뭐 요즘은 특혜나 본토 적응을 위해 요즘은 동양인이 많이 지원한다더라.
D : 공동체 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E : 사실상 종전인데 우리 국군은 시간을 벌 인력이 없다. 북이 저출산은 더 심하지만 국군의 3배 병력이 있다. 전시작전 통수권이 우리에게 없다. 일만 버티면 미군이 온다. 우리는 국방 수호능력 없다.
덧
A : 아주 막장으로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군대에서 스마트폰을 허용했다. 이 집단이 나아진 증거다. 정보공개 자체로 큰 발걸음이다.
B : DP 존재 이유는 자살보다 탈영이 쉽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풀 데 없는 게 문제다. 그러니 사람에게 푸는 것이고. 이 측면에서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나가며
팬시한 이미지로 뽑아내는 고립된 공간 군대를 집중적으로 다뤄볼 수 있었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한 편으로 그 안에 있으면 밖에서처럼 미래에 대한 걱정 안 하게 되는데 한국에서 그런 시간이 언제 또 있을까 하며 약간의 향수도 보였다.
정리하며 드는 생각은 핵무기처럼, 어떤 형태로든 유지돼야 하는 것에 군대도 있다는 것. 지나치게 원색적이지 않은 형태로 말이다. 또한 종국엔 모병제가 될 것이고, 군생활이 직장생활이 되는 것이 흐름이겠다. 선택한 희생을 택한 사람(실리에 의한 것이든)과 원해서 온 것이 아닌 사람들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일부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정될 수 있다 본다.
물론 실질적인 움직임 없이는 어렵다. 2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