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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Sep 24. 2023

마약? 치유제? 멕시코의 '환각 버섯' 마을 이야기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멕시코 영상엔 한 가지 특이한 마을이 소개된다. 바로 와하카 주에 있는 산 호세 데 파시피코 (San Jose de Pacifico)라는 마을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 마을은 ‘버섯 마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버섯이 유명해진 이유는 사람이 먹었을 때 '환각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른바 환각 버섯으로 불리는 이 독특한 버섯은 원주민들에게 치유와 종교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하카 주의 흔한 풍경 (사진: @숲피)


와하카 주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걸로 유명하지만, 내륙 지역에는 험한 산맥이 많다. 이런 환경은 환각 버섯이 자라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왔다. 때문에 와하카 주에는 산 호세 데 파시피코 마을 이외에도 버섯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중 196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환각 버섯으로 유명해진 곳이 있다. 바로 우아우틀라 데 히메네즈 (Huautla de Jimenez)란 마을이다. 2015년부터 마법의 마을로 선정된 이 마을은 나와틀어로 독수리의 장소 (Lugar de Águilas)라는 멋진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아우틀라는 산골짜기 깊은 곳에 있어 도착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와하카 시티에서 조그만 봉고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가면 도착하는데, 가는 길이 워낙 구불구불하고 험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마을은 1360미터 산 중턱에 위치해 때때로 구름이 발아래 짙게 끼며, 이때 상당히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우아우틀라 데 히메네즈 (사진: @숲피)


마리아 사비나의 집 (사진: @숲피)


우아우틀라 데 히메네즈가 다른 버섯 마을보다 유명한 이유는 마리아 사비나 (Maria Sabina)란 인물 때문이다. 그녀는 마사테카 (Mazatec) 원주민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버섯을 활용한 치료 요법을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주술사, 치유사 (healer)로 알려져 있었고, 샤머니즘적 방법을 통해 환자들을 돌봤다. 환각 버섯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치유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했다고 한다. 또 원주민들은 오랜 시간 동안 환각을 통해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과 죽은 조상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환각 버섯을 초자연적인 방법의 영혼 교류 방법으로 여겼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멕시코 산속 깊은 곳의 치유 요법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을까? 그 답은 우아우틀라를 여행했던 로버트 와슨 (Robert Wasson)에 있다. 그는 아내와 함께 곰팡이와 버섯을 공부하는 진균학을 공부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버섯이 가진 효능에 대해 연구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멕시코를 여행하던 도중 우연히 마사테카인의 환각 버섯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곧장  마리아 사비나를 만나기 위해 우아우틀라 데 히메네즈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라이프 (Life) 매거진에 “마법의 버섯을 찾아서”라는 기사로 썼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환각 버섯을 먹은 뒤의 경험을 상세히 기록했는데, 요약해 보면 (1) 인식의 변화, (2) 행복감 증폭, (3)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느낌, (4) 초자연적 경험, (5) 심리 치유 효과를 봤다는 내용을 적었다.


마리아 사비나 기념품 (사진: @숲피)


그의 에세이는 곧바로 사람들의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버섯을 먹고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이전엔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항문화 (counterculture)에 속해있던 히피들이 그의 체험에 관심을 가졌고, 환각 버섯을 통해 의식이 변화하는 새로운 영적 체험을 하길 원했다. 이렇게 버섯은 자아를 통찰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유명해지며 점차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기념품 가게에 있는 우에우에토네스 모형 (사진: @숲피)


왓슨의 글로 마스테카의 버섯이 세상에 알려지자 마리아 사비나도 덩달아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원래 우아우틀라 데 히메네즈는 원래 죽은 자의 날 (멕시코 최대 명절)이 되면 수염이 긴 가면을 쓰는 우에우에토네스 (Huehuetones) 축제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버섯이 차지하게 됐고, 마을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마리아 사비나의 집은 곧바로 성지가 됐다. 그런데 몇몇 마을 사람들은 이런 유명세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자신들은 오래전부터 자연에서 얻은 버섯을 포함한 여러 허브 (Herb)를 활용해 마음을 정화하는 의식을 해왔을 뿐인데, 갑자기 외부인들에 의해 버섯이 주는 '환각 작용' 부분만 강조됐기 때문이다. 또 몇몇 나라에서는 버섯 안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이 마약 종류로 여겨지기도 하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결국 우아우틀라는 겉으로 봤을 때 자연의 신비로움이 묻어있는 평화로운 산골 마을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버섯으로 전통과 현대적 관점이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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