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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sungkyung Jul 04. 2022

억지로 하다보면 좋아지려나

술과 담배는 몸에 나쁘고 그렇다고 꼭 인생을 재밌게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억지로 하다보면 좋아지려나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정확히 좋아는 하지만 못 마시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안 마시는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면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다.


담배도 태우지 않는다. 담배는 초등학교 5학년 땐가?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저씨들이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담배를 피우고 지금은 피시방에 가면 흡연실도 따로 분리되어 있지만 당시 피시방은 흡연실은커녕 담배연기로 꽉 채워져 있는 공간이야 말로 피시방이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곳에 들어서면 재떨이를 하나씩 손님에게 건네주며 카운터를 지나쳤다. 그 정도로 담배 연기라는 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즘은 아무 상관이 없던 때가 있었다.


단순히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하루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내 방 창 문을 열면 뒷마당 담벼락이 보였다. 창문으로 마당을 내려다보니 담배꽁초 하나가 마당에 있었다. 나는 그걸 그냥 주워다 집 안에 라이터를 찾아 꽁초 앞부분에 불을 붙였다. 그땐 지저분함 보단 호기심이 더 강하게 자극했다. 더러운 것 같다는 생각은 잠시,  그냥 그대로 숨을 들이켜었다. 그 이후로 나는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냥 그 기억이 아직도 좋지 않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술은 싫어하지 않지만 매일 운전하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멀리하게 됐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계속해서 마시는 횟수가 줄어들고 술을 술답게 마시지 않다 보니 이제는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원래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알레르기 반응도 생긴 것 같다. 일정 가량 술을 마시면 온몸이 가렵다. 결국 술도 담배도 멀리하게 된 삶을 산다. 하지만 술 담배를 멀리 한다고 한들 꼭 건강한 생활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피우고 싶으면 피우다 가는 게 인생이지 않나라는 다소 인생 무기력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요새는 탄산음료를 줄여 보려고 하는데 이마저는 잘 안된다. 역시 의식하는 것만큼 뭔가를 해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며칠 전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다. 오랜 친구가 결혼하는 탓에 여러 명의 옛 친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됐다. 친구들은 결혼식 식사 자리에서도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나이가 한 해 두 해 차면서 꽤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난 주는 술을 마다했다. 친구들에게 탄산도 줄여보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정말 놀라는 눈치였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대리운전을 부른 친구들, 친구들은 운전을 포기했고 난 술을 포기했다. 왠지 스스로 그게 맞는 것 같아서일 뿐 옳고 그름은 없었다. 그냥 내가 행동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그럴수록 사는 게 자꾸만 누군가와는 약간의 다름 혹은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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