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에서 만난 우주
작은 하천을 건너려고 징검다리에 발을 디뎠다. 맑은 가을 햇살 덕에 하천 속이 투명하게 보였는데 그곳에 작은 송사리 떼가 자기네들 몸엔 꽤나 거칠 물살을 헤치며 그 자리에 머물러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천바닥에 물이끼가 잔뜩 껴 있었는데 송사리들은 그 이끼를 열심히 뜯어먹고 있는 듯하다. 은빛 배를 뒤집어가며 이리저리 이끼를 뜯는 송사리 떼 곁으로 흰 쇠백로와 갈색 암컷 청둥오리 몇 마리가 부지런히 발길질을 하며 다가온다.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을 보니 분명 그 송사리들 중 몇은 사라졌을 것이다.
이끼, 송사리, 새들로 이어지는 이 신비한 순환 고리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근본 시스템이었다.
물길을 따라 물이 흘러간 자리에 내려앉은 초록빛 이끼, 그 이끼를 먹고 세를 불리는 송사리, 그 송사리를 먹기 위해 유유히 헤엄쳐오는 새들까지. 이 신비한 순환 고리는 지극히도 당연하여 미처 체감하며 살지 못했던,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근본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산란하는 따가운 가을 햇살을 피해 벤치에 앉아, 이끼의 물비린내를 맡으며, 작은 동네 하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어느 일상 속 갑자기 거대하게 다가온 이 우주의 신비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