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고리

성북천에서 만난 우주

by 래인

작은 하천을 건너려고 징검다리에 발을 디뎠다. 맑은 가을 햇살 덕에 하천 속이 투명하게 보였는데 그곳에 작은 송사리 떼가 자기네들 몸엔 꽤나 거칠 물살을 헤치며 그 자리에 머물러있었다.


20220908_171207.heic 2022년 9월 8일 오후 성북천의 어느 징검다리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천바닥에 물이끼가 잔뜩 껴 있었는데 송사리들은 그 이끼를 열심히 뜯어먹고 있는 듯하다. 은빛 배를 뒤집어가며 이리저리 이끼를 뜯는 송사리 떼 곁으로 흰 쇠백로와 갈색 암컷 청둥오리 몇 마리가 부지런히 발길질을 하며 다가온다.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을 보니 분명 그 송사리들 중 몇은 사라졌을 것이다.


이끼, 송사리, 새들로 이어지는 이 신비한 순환 고리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근본 시스템이었다.

물길을 따라 물이 흘러간 자리에 내려앉은 초록빛 이끼, 그 이끼를 먹고 세를 불리는 송사리, 그 송사리를 먹기 위해 유유히 헤엄쳐오는 새들까지. 이 신비한 순환 고리는 지극히도 당연하여 미처 체감하며 살지 못했던,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근본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산란하는 따가운 가을 햇살을 피해 벤치에 앉아, 이끼의 물비린내를 맡으며, 작은 동네 하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어느 일상 속 갑자기 거대하게 다가온 이 우주의 신비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일상의 우울을 이겨내는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