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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IGE Jul 15. 2020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일본소설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편의점 인간》 소설은 굉장히 의아하게 읽은 책이다. 잠시 책을 요약하자면 소설 주인공인 후루쿠라 게이코는 18년째 같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긴 시간동안 한 공간에서 아르바이트 생으로 일을 한 것도 일반적이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 주인공에는 약간의 결함(?)이 있다. 


죽은 참새를 보며 게이코(주인공) 엄마가 불쌍하다고 묻어주자는 말에 게이코(주인공)은 참새가 죽었으니 아빠가 좋아하는 참새 꼬치를 해주자고 말한다. 또 초등학생 때 남자 아이들이 맞붙어 싸우는 것을 말리라는 친구들의 비명소리에 게이코(주인공)은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한다. 가장 난폭하게 날뛰는 아이에게 달려가 머리를 삽으로 후려치는 것인데 금방 싸움을 말릴 수 있었다. 게이코의 행동에 놀란 선생님과 불려온 엄마. 게이코는 아무것도 이해 할 수 없었다. 상황을 판단 했을 뿐인데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평범하게(?) 행동하지 않는 혹은 일반화 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게이코를 보며 인간들은 이야기를 짓는다. 가족사의 문제나 장애(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로 정해두고 행위를 고치려 애쓴다. 상담을 받거나 입을 다물라고 하거나 일반화 된 인간들과 비슷하게 꾸며놓고 따라가도록 가르친다. 그것이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살아 남는 일이라고 말한다.


최대한 자신을 숨기고 학습해서 대학 1학년 때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다. 처음으로 세상에 편입 되어 하나의 구성원으로써 살아가는 삶을 겪게 된다. 큰 사건이 없는한 편의점에서는 타인의 행동을 답습해서 행동하면 크게 다를 것 없는 인간처럼 보인다. 거기서 게이코는 조몬(신석기 시대 일부를 뜻하는 일본어)사회를 외치는 사회부적응자 시라하(남자 주인공)를 만나게 된다. 일에 대한 태만함은 기본이고 입만 열면 불평불만에 뭐하나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무능력한 30대 젊은 남자 시하라. 그들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 된다.


분명히 말하면 당신도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고, 이제 자궁도 노화되었을 테고, 성욕 처리에 쓸 만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남자 못지않게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기는커녕 정식 사원도 아닌 알바생. 분명히 말해서 무리가 보기에는 짐일 뿐이에요. 인간쓰레기죠.

무라타 사야카 일본소설, 편의점 인간 , e-book 63%


처음에 게이코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녀를 이해하려 애썼다. 정신적 장애라고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담백하게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시라하를 보는 순간 무너졌다. 대학 중퇴하고 변변찮은 직업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타인의 간섭을 피해 결혼하려고 스토킹이나 하는 무능한 남자. 결국 나도 시라하를 보면서 왜 저렇게 사는거지? 왜 저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거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게이코는 사회에 속해서 돈도 벌고 살려고 노력하는데 시라하는 게이코에게 기생하며 대체 왜저러는거지!


중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가고,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하고. 약간의 일탈처럼 여행을 하다가 나이에 맞춰 결혼을 하고 그것에 어긋나면 궤도에 어긋난다며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것들부터 깨야된다고 말하면서 나는 시하라를 보면서 화가 났고 게이코를 보면서 안도했다. 


 지난 2주 동안 열 네번이나 "왜 결혼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받았다. "왜 아르바이트를 해?"라는 질문은 열두 번 받았다. 우선 들은 횟수가 많은 것부터 소거해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어딘가에서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라타 사야카 일본소설, 편의점 인간 , e-book 58%


타인의 행동과 목소리를 답습하고 진짜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는 게이코가 어쩌면 비정상적인 것인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능력한 시라하가 더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각자 '나'라는 존재를 생각하지만 실은 타인에게 비춰진 형태들이 결국 '나'를 만든다던, 삶은 결국 관계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던 김영하 작가가 생각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개인의 삶을 고립시키며 살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을 지키며 사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상과 비정상, 쓸모 있는 부품과 그렇지 않은 부품 이런 정의들은 우리 안에서 자라나고 우리 안에서 죽는다. 그 정의들은 시대에 따라 변화고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넌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고 그르칠 수 있는 정의는, 비정상과 정상의 범주는 결국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우리는 규정 짓는 일들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에 규칙과 규정은 있어도 완벽한 진리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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