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감성 사이, 그리고 아쉬움

드라마 <조명가게>

by Zoey J

One Sentence Review


<무빙>으로 홈런을 친 강풀 작가의 두번째 드라마.
원작 특의 미스테리하고도 공포스러운 비주얼, 분위기를 충분히 잘 살려냈지만, 시청자의 눈물 버튼을 노린 신파 요소들이 오히려 작품을 루즈하게 만든다.


조명가게_2.png


별점 CHECK


스토리/각본 ★★★☆☆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는 ‘비현실’을 다룬만큼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모호하게 전개된다. 원작에서 다소 부족했던 개연성은 보완되었지만, 그 자리를 지나치게 설명적인 대사와 감정 과잉의 ‘신파’로 채웠다. 점차 몰입도가 떨어지고, 시청자의 감정만 소모되는 느낌마저 든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선택과 집중’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쉽다.

조명가게 사장, 현주의 어머니, 그리고 현주 이 세 인물의 서사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캐릭터의 사연을 일일이 풀어내려다 보니 극의 흐름이 점점 늘어지고 감정의 밀도도 흐트러진다.


연출 ★★★☆☆


배우 출신 김희원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는데, 초중반부는 기대 이상이였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미장센, 귀신들의 비주얼, 음산하고 섬뜩한 분위기 모두 훌륭하게 연출되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가 정체되고, 클라이맥스는 긴 설명과 오열 장면으로 가득 차 있어 초반의 강렬한 몰입감을 잃는다. 특히 경계로 넘어온 인물들을 모두 등장시켜, 버스기사가 일깨우고, 사과하고, 눈물로 조명가게까지 데려다 주는 장면이 반복되어 감정의 리듬이 무뎌진다.

처음 한 번은 감동적이었지만, 비슷한 장면이 두세 번 이상 반복되자 피로감이 커졌다. 감정의 여운보다는 장면 반복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더 크게 느껴졌던 후반부였다.


연기 ★★★★★

흠잡을 것이 없는 배우들의 연기. 주지훈, 이정은, 박보영 등 한국에서 연기 잘하기로는 빠지지 않는 배우들만 모아놨다. 이들이 그리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특히 인상 깊었던 배우는 단연 설현이다. 이전까지는 어딘가 어색하고 아쉬운 연기력으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한계가 느껴졌지만,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연인을 지키기 위한 단단한 의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감정까지 모두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눈물 연기에서는 이전과 달리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배우 설현’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주절주절 더하기


강풀의 『조명가게』는 학창시절, 그가 연재한 웹툰에 푹 빠져 살던 시절에 본 작품이다. 공포물을 유독 못 보던 나에게 ‘미심썰’ 시리즈는 유일하게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공포물이기도 하다. 벌써 10여 년이 지난 지금, 『조명가게』는 당시 내게 충격을 줬던 몇몇 장면들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예를 들면, 손톱이 손바닥 쪽에 붙은 귀신이 버스정류장에서 의자를 두드리며 연인을 기다리는 장면,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교실에 홀로 남겨진 여고생, 어두운 집에서 말을 하지 못한 채 기다리던 엄마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 등이 그랬다. (특히 엄마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은 웹툰에선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이정은 배우의 사랑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그 임팩트가 조금 약화되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의 절절한 모성애 연기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다.)

기억의 파편만 남은 채 다시 본 『조명가게』는, 오히려 캐릭터들의 관계와 드라마 속에 숨겨진 복선을 하나씩 찾아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강풀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양성식 형사와 김상훈이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다. 두 인물은 ‘저승’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과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이야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망자를 떠나보내는 자들이지, 구해내는 자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풀 유니버스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 이해되지만, 이들의 등장이 좀 더 설득력 있고 흥미롭게 이어질 수 있는 타이밍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펼쳐질 강풀 유니버스 드라마들—<아파트>, <무빙>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마지막 화에서 나온 30분 가량의 쿠키영상은 다음 작품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고소영이 출연했던 실사 영화 <아파트>는 추억 속에 봉인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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