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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쟌나 Aug 16. 2024

목욕탕은 다음 트렌드를 이끌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시작은 ‘다음 상업 공간 트렌드를 이끌 키 테넌트 비즈니스는 뭐가될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F&B는 식상해, 팝업도 피로감이 느껴져, 영화관의 관객수도 떨어져, 

그럼 커뮤니티 공간일까? 코워킹?'


그러다 불현듯 우연히 유튜브 3개의 채널에서 스치듯 "목욕탕" 키워드를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뷰티 인플루언서의 뷰티 습관으로서의 목욕탕 루틴, 

오마이걸 미미님의 목욕탕 사랑 발언, 

얼마전에는 최화정님 유튜브에서 목욕 아이템이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최화정님 유튜브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이 “한 주에 세 번 같은 정보를 서로 다른 출처에서 접하게 되면, 다가올 트렌드니 빠게 행동해야한다”고 했었나요? 그러고보니 목욕탕은 다음 비즈니스 트렌드가 될 요소를 모두 갖췄습니다. 



1. 어릴적 동네 사랑방으로서 커뮤니티의 역할을 했었고,

2. 느긋하게 땀 빼고 때 빼며 몸을 닦는 행위는 웰니스 그자체 입니다. 

3. 게다가 사우나는 F&B, 도서관, 영화관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 유행전부터 이미 복합문화공간이었습니다.   

 


이쯤되면 목욕탕… 진지하게 다음 공간 트렌드가 될 소지가 충분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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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목욕탕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와 함께해왔습니다.  


고대 문명에서 목욕탕은 주로 종교적, 의식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철학이 발달한 그리스에서는 목욕을 자연과 사회를 합리적으로 탐구하는 차원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대 로마의 목욕탕은 대규모 시설로서 목욕 뿐만 아니라 운동, 독서, 사교 활동까지 가능하도록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추후 향락의 장소가 되기도 했지만요)


고대 대중목욕탕 흔적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부터 가정 내 욕실이 없는 대신 대중 목욕탕이 보편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공간이 되었죠. 

2000년대는 단순히 몸을 씻는 장소를 넘어 찜질과 편의를 제공하는 찜질방이 등장하면서 가족 중심의 여가와 휴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웰빙, 힐링 열풍과 함께 계곡 근처 야외 사우나가 생겨나기도 했고요. 

그리고 2010년대 후반에는 고급 시설을 갖춘 대형 스파 브랜드들이 생겼고요. 


그러고보면 어릴적에는 엄마한테 팔목잡혀 때 밀고 삼각 커피우유를 마셨고, 

좀 커서는 아빠의 피부 좋아진다는 말에 속아 동네 찜질방가서 뜨거운 방에서 버티다 얼음방으로 도망치고, 

더 커서는 스타필드 위층에 있는 대형 스파, 아쿠아필드에서 몇번 데이트를 한 경험이 있네요. ㅎㅎ



하지만 초대형 사우나 시설이 생기면서 동네 목욕탕은 점차 사라지고, 

코로나 이후로 많은 대형 찜질방도 큰 타격을 입었지요. 


찜질방이 붐이었던 2004년 대비 2023년에는 약 40% 가량 목욕탕수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전국 목욕탕 수 감소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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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비즈니스가 되어가는 목욕탕, 정말 다음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요?


90년된 목욕탕에서 커뮤니티로, 커뮤니티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설의 키 테넌트로 발전한 일본의 한 대중 목욕탕에서 힌트를 발견했습니다. 




하라주쿠에 상륙한 90년된 노포 목욕탕 



지난 24년 4월, 도큐부동산에서 도쿄 하라주쿠에 오픈한 쇼핑몰 ‘하라카도’는 독특한 건축물로도 이슈가 되었는데요, 그보다 인상적인건 지하 1층에 오픈한 대중 목욕탕, “코스기유(小杉湯)” 입니다. 



이미지 출처 : 하라카도 공식 웹사이트 



크리에이터를 위한 핫플레이스에 핵심 테넌트로 자리한 코스기유. 본점은 무려 90년 업력의 말그대로 리얼한 “대중 목욕탕”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코스기유 공식 웹사이트


코스기유의 2대 대표, 히라마츠 유스케는 목욕탕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합니다. 


“목욕탕이라고 하는「점」만으로의 경영은 어려워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의 연결에 가치를 찾아내는 관계를 구축하면, 거리와 함께 목욕탕을 남겨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히라마츠 유스케, 코스기유 2대 대표, [PROJECT LIFLAND SHIBUYA] 인터뷰 중. 


그는 억지로 젊은 세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데 집중했다고 하는데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이 안에서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길 바랐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목욕탕의 기본인 “청결”.



조금씩 동네의 휴식처 역할을 하던 코스기유는 1호점 옆에 ‘코스기유 토나리(코스기유 옆)’이라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어 멤버들과 함께 이벤트, 전시, 워크샵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코스기유 토나리” 라는 커뮤니티는 코스기유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 


이미지 출처 : 코스기유 토나리 공식 웹사이트 



이런 코스기유만의 문화에 힘입어 오픈한 2호점. 

조용한 동네가 아닌 도쿄에서 가장 번화가 중 하나인 하라주쿠에서는 코스기유가 본래 지향하던 ‘편안함’이나 ‘마을 공동체’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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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상업 시설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


하라카도를 기획한 도큐 부동산은 “세상에 상업 시설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 있을 때 코스기유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일상적으로도 방문하는 상업시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코스기유 2호점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엽니다. 

오전 시간과 밤 시간대는 인근 주민과 인근 숙박객만 이용할 수 있죠. 모닝 런을 할 수 있도록 언더아머와 협업하여 운동복과 신발을 대여해주기도 하고, 미니 도서관과 요가 프로그램, 카페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1호점이 그랬던 것처럼, 코스기유를 하라주쿠의 로컬 편집부로 만들어 거리를 즐기기 위한 지도나 잡지를 만들며 하라주쿠의 가게와 사람들과 연결된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제로마일 


과거 독특한 서브컬처를 탄생시킨 하라주쿠, 목욕이라는 문화가 비주류를 이끄는 하라주쿠라는 지역과 결합하여 새로운 세대와 어떠한 재미난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됩니다. 






오늘 글을 요약하며 저는 곧 국내에서도 목욕탕이 뜰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하는데요,  


1. 앞으로 뜰 수 밖에 없는 산업의 요소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 목욕탕만큼 우리에게 익숙하고, 대중적이고, 커뮤니티와 웰니스 요소를 갖춘 공간이 있을까요? 

2.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 10~20대에게는 레트로한 문화로, 30대 이상에게는 향수로 다가옵니다. 외국 관광객에게도 새로운 한국만의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고요. 

그만큼 지역, 세대에 맞춘 세분화된 컨셉이나 커뮤니티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3. 확장의 여지가 많습니다. 

- 여러 종류의 찜질방이 있는 점을 살려 방마다 다른 컨셉을 살릴수도 있고, 젊은 세대 타겟 체험형 콘텐츠 만들 수도 있고, 목욕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템으로 라이프스타일 샵과 연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 글을 읽고 ‘ 오 이 아이템 괜찮은데? 한번 잘 만들어보고 싶은데?’ 싶으신 분들, 연락주세요! 나름 공간 기획회사의 10년차 마케터이자 리테일 공간 기획 및 운영 경험이 있어 기획은 자신 있거든요. 


그럼 다음에 또 좋은 공간 사례를 찾아 인사이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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