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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Oct 21. 2019

[서울의 장인들-0] 변화한 시대 속 공예를 이해하다

일상 속 '솜씨', 공예가 일상과 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취 프로젝트는 향유하기 마땅한 전통 공예를 다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도록 제품, 콘텐츠, 디자인 및 기획을 하는 전통문화 플랫폼입니다.


취 프로젝트가 2018 서울디자인페어에서 꾸민 "한국의 방"


“서울의 장인”은 과거에 일상 속에서 함께 한 장인과 전통 공예를 서울이란 공간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서울의 장인들-0] 전통 공예로 서울을 보다"를 통해, 장인은 과거엔 일상 속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기술자라는 것을 얘기했으며, 불과 몇십 년 전, 서울이라는 지역을 활용해 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1세기 우리가 활용하는 장소에서도 말이죠.


활동했던 장인들의 생태계를 이하면, 전통 공예는 우리와 먼 개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땅히 향유할 만한 전통공예.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공예는커녕, 전통 공예는 일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 한들, 지역을 기반으로 물건을 만들던 한국의 기술자와 기술들, 즉 전통 공예는 왜 이렇게 멀어졌을까요?


이번 편에선 “공예”라는 용어의 사용 변화 양상을 통해 일상에서 멀어진 전통 공예의 경위를 톺아봅니다. 이와 함께 시대에 따라 달라진 전통 공예 장인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속 “공예”


‘공예’라는 말은 고대의 중국에서 첫 사용이 발견됩니다. 당나라 문헌에서 첫 용례가 발견되고, 이후에도 송대와 명대에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의 용례를 찾기는 어렵지만,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서 “공예”가 쓰인 것을 몇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중 조선 전기, 성종 실록에 나온 내용을 통해 당시 “공예”의 의미와 위치를 알아보겠습니다.


하늘이 백성을 내시고 이를 나누어 사민을 삼으셨으니, 사·농·공·상이 각각 자기의 분수가 있습니다.
선비는 여러 가지 일을 다스리고, 농부는 농사에 힘쓰며, 공장은 공예를 맡고, 상인은 물화(物貨)의 유무를 상통시키는 것이니, 뒤섞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단원 김홍도, '길쌈'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를 통해 “공예”란 지금과 비슷하게 장인이 하는 제작의 직무를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교적 사회 분위기에서 장인의 역할은 폄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위치는 근대기에 와서 전복되었습니다.



근대 사회 속 “공예”


근대 사회 속 조선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되었고, “공예”라 불리는 산업은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1895년, 고종 실록에 적힌 내용 중 일부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독립 기초를 세우며 모든 제도를 혁신 한 날카로운 기세가 인민들과 함께 다시 시작해서 문명한 경지에 나가려고 … 88개의 조항을 공표하였다.  …제43조 : 각 동리의 모든 백성들이 경영하는 산업과 공예를 하나하나 조사하여 밝히고 놀고먹는 간사한 백성을 법을 세워 금지시킬 것.


개항 이후 조선이 만난 세계는 새로운 산업과 문물의 세계였습니다. 오랑캐라 여겼던 서양의 나라들은 상상치도 못했던 기계들로 삶을 이롭게 하고 있었습니다. 위기를 느껴 개혁을 꾀한 조선에게 산업의 부흥은 최상위 과제 중 하나였겠고, 이 과제의 실마리는 다름 아닌 “공예”였습니다.


당대 열렸던 "만국박람회"는 세계 각국의 나라들이 자신의 기술을 뽐내는 자리였습니다. 1900년 파리 박람회에 참여한 대한제국 관계자들이 느꼈을 충격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산업과 공예를 분류하여 언급한 정부는, 산업을 농업 어업 임산업과 같은 자연물 생산 분야로, 공예는 기술을 발휘하여 만드는 공업생산 분야로 각각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국가를 위한 정책이 된 공예엔 새로운 기계공업까지 그 범주에 포함되었습니다. 포장끈 인쇄기를 발명하여 특허를 받은 박경준의 연구소 이름이 우리공예연구소(宇理工藝硏究所)였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폄하되던 “공예”와 이를 제작하는 장인들은 근대화 초기 과정에선 국가 부흥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업 생산 분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산업화와 진행되면서 한국 사회 속 “공예”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 것을 용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위와 같은 공업생산의 의미로, 두 번째는 미술의 종목 중 하나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1908년에 생긴 한성 미술품 제작소를 기점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성 미술품 제작소는 민간과 왕가 자본으로 왕실 고유의 전통 기물을 제작하는 장인들의 작업장이었습니다. 이 공예 작업장의 이름이 "미술품 제작소"로 붙여진 것입니다. 이후 미술품 제작소는 일본인 자본으로 운영이 되어 일본인의 취향을 반영한 고가품을 제작하는 곳으로 퇴색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미술품제작소의 나전칠기 제작 모습.


“공예”의 용어와 “공예”라 불리는 것들은 1932년 조선 미전에 공예부가 생기며 미술의 종목으로 더욱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조선 미술 전람회는 당대 굉장히 권위 있는 대회이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큰 연례행사로, 기술에 솜씨가 뛰어난 공예가들이 인정받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많은 공예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보기에 뛰어난 오브제들이 미전 공예부에서 수상했습니다.


조선미술전람회의 관람 풍경. '공예'는 공예부의 개설과 함께 쓰임의 대상에서 관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예부터 전해 내려온,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공예”란 개념은 일상생활에서 더욱 그 쓰임을 잃게 되었습니다.



취 프로젝트, 일상 속 공예를 말하다.


과거엔 공예와 장인이 동네마다, 혹은 왕실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위치해 지역과 면밀한 관계를 이루며 존재했습니다. 이 직업과 솜씨는 조선시대엔 폄하가 되었지만, 근대 산업 시기를 맞이하며 국가 경제 부흥의 실마리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의 한계, 질 좋은 외국 상품들의 유입으로 국내 장인들과 그들의 제품들은 생활 용품으로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되려 미술 시장에 편입이 되며, 전통 기술을 가진 장인들은 작가가 되어 "공예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공예는 작품으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아쉽게도 일상 속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통 공예와 장인들은 안타까움만으로 사장된 공예를 근대 사회 이전의 모습대로 복구할 수는 없거니와, 시장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전통 공예의 부흥을 생각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하지만 취 프로젝트는 전통 공예가 먼 작품 이전, 쓰임을 가진 물건임을 이해합니다.  나아가 21세기에 전통 공예는 지역, 사람, 기술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연결고리로서 공예의 역할은 비단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 공예를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장인 선생님과 협업해 만든 제품들.


현재 취 프로젝트는 장인 선생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순히 전통 공예의 "현대화"를 넘어, "일상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역사, 기술을 존중하며, 이것이 현대인의 생활 속 쓰임을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 마케팅, 브랜딩을 진행합니다.


알고 보니 전통 공예와 더 가까울 수 있는 우리의 생활,

취 프로젝트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내용 출처:

최공호. (2011). 공예(工藝), 모던의 선택과 문명적 성찰. 한국근현대미술사학, 22(), 23-35.


사진 출처:

"1900년 파리박람회 한국관 사진 공개", 최영철 기자, http://mn.kbs.co.kr/news/view.do?ncd=1489461

https://www.louisien.com/268

[최범의 한국 디자인 뒤집어 보기](6) 조선 공예, 보존에서 판매로…일제강점기 관광기념품으로 전락, 최범 디자인 평론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1172100005#csidxa266d87facee1f897d44b51215ba1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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