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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Jan 11. 2020

사무실에 짚신을 신고 출근했습니다.

#JYPSYN, 취 프로젝트 인턴 K의 짚신 사용기


"그 짚신은 방에 걸어두려고 산거야?"

아니요, 신으려고 샀는데요!


12월 12일, 취 프로젝트 팀원들과 함께 방문한 공예트렌드페어 한 부스엔 짚공예 제품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바로 충남 예산군의 “느린손 협동 조합” 부스였습니다. 

번쩍번쩍, 꾸며 놓은 한복판에 바구니, 모빌 등 다양한 짚공예 제품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지푸라기를 야무지게 엮어 만든 물건들이 참 예쁘고 앙증맞아 작년에도 유심히 봤었는데, 더 완성도 높게, 귀여운 물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부스에 걸려있던 모빌. 작은 새 집을 모티프로 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눈에 띄게, 짚신이 있었습니다. 


카운터에 앉아 계셨던 친절한 눈의 할아버지 때문이었을까요. 홀린 듯 부스 안으로 들어가, 짚신을 착용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신는 것처럼, 제 발에 딱 맞는 귀여운 짚신! 어디선가 뒷짐을 지고 나타나신 짚신 신은 할아버지께서 착용 방법과 특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말해 뭐해, 5분 후, 저는 손에 새 신을 걸고 일행에 합류했습니다. 물론, 짚신이었고요.


닥터*틴을 버리고 짚신을 얻었습니다!



#JYPSYN 스펙


제가 산 짚신은 처음부터 제 발에 딱 맞았지만, 짚신은 사이즈 조절이 가능합니다. 측면에 있는 끈이 짚신 앞 코에 연결되어 있어, 끈을 당기면 더 작게 사이즈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불어 발 볼 부분의 지푸라기가 마감이 된 모델, 마감이 되지 않은 모델이 있었는데, 저는 마감이 되지 않는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이었으며, 택에 제작자 성함이 적혀 있었습니다.

박경신 선생님이 제작한 짚신. 택은 뗴지 않는게 간지라 들어, 이틀간 달고 다녔습니다. 



#JYPSYN의 착용 후기


제 짚신은 구매 후,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사이즈 조절을 했습니다. 실을 약 2cm 남기고 묶고 잘랐습니다. 너무 귀엽게 잘 맞았습니다!


다시 보니, 짚신도 특유의 미감이 있습니다. 동글동글, 납작한 짚신은 마치 플랫 슈즈와 같은 실루엣을 선사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펑퍼짐한 바지, 긴치마 등 한복과 비슷한 옷들과 특히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짚 사이로 양말이 보이는 여백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겨울에 확실히 적합하진 않지만, 어떤 하의를 입었냐에 따라 양말을 포인트로 코디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취 프로젝트 팀원들이 가장 사랑스러워 한 부분은 바로 뒤꿈치였습니다. 한 줄이 굵게 연결되어 참 귀여웠습니다. 

동글동글 새초롬한 짚신
마침 종아리 토시를 착용하고 계셨던 매니저님! 실루엣이 한복 바지 같아요~
GREY + JYPSYN = 엣지
뒷꿈치가 매력적인 짚신!


짚신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신을 착용하며 길들이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에 짚신은 마냥 엮인 지푸라기 두 덩이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착용을 할수록, 매일 신을 때마다 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날리는 지푸라기도 가라앉아 발을 찌르는 것도 덜 하지만,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왼발 오른발 구분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지푸라기가 발의 모양에 맞게 힘을 받으니 사용한 지 3일째, 더 이상 아무 발이나 넣기엔 살짝 불편해지더라군요! 


발가락 부분이 안쪽으로 휘어져 모양을 잡았습니다. 
처음엔 까슬까슬헀는데, 이젠 맨발도 괜찮아요.


하지만, 며칠 사용해본 후, 짚신은 일상생활에서 착용하기엔 몇가지 한계가 확실히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딜 가든 지푸라기가 정말 많이 수시로 떨어져 현재 실내 생활을 주로 하는 현대인들에겐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카펫이 있는 곳엔 더욱 심합니다.  그 말은 즉, 착용하는 순간마다 이 신발이 닳고 있다는 뜻이라 외출을 하기에도 조금 부족합니다. 동시에, 타일 바닥이 있는 장소엔 불가피하게 조금 미끄럽습니다. 가장 적합한 쓰임은 과거와 같이, 흙이 있는 바닥을 걸을 때입니다. 시골에 거주하시거나 마당이 있는 분들께 추천해드립니다. 


머문 자리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짚신 신은 자의 사무실 바닥ㅠ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신은 친환경적이란 면에서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용하면서 닳는 재질은 지금 관점으로 보면 정말 빈약하지만, 결국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로 약 한 달이 착용 가능한 매력적인 모양의 신발은 참 개념으로도 매력적입니다. 이것이 수명을 다하면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됩니다. 


며칠 사용하게 된 짚신은 신발에 대한 제 관점을 바꾸기 충분했습니다. 

공장에서 나온, 가죽이나 스펀지로 만들어진 것만이 신발이 아닙니다. 우리의 발을 보호하고, 또 옷과 어울리는 신발은 의외로 오늘날에도, 자연 재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협동조합 느린손에선 "짚공예지도자" 과정을 교육합니다. 그리고 몇 주의 짚공예 코스 가장 마지막 단계가 바로 짚신 만들기입니다. 지푸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꼬아 집에서 나만의 신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협동조합 느린손의 지난 전시. 출처 :  갤러리 하트


현재 공예트렌드페어에서 구매한 짚신은 잠시 다시 넣어 둔 상태입니다. 본가에 마당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조금 추운 날씨지만, 내려갈 때 챙겨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가능하다면 나의 손으로 내 신발을 만들어보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짚공예 지도자 과정을 밟아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짚신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신발을 직접 만들고, 다양한 재료로 실험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뜻깊은 공예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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