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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l 25. 2024

기분 나빠할 권리조차 위계질서에 따라 주어졌다.

그게 사회, 아니 그룹이었다.

인간관계에서 나름 선을 잘 지키고 나를 지켜왔던 나였다. 이것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였다. 위계질서가 몇 학번 높거나 한두 살 차이였을 뿐인 학교, 동아리와 다르게 회사는 권력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곳이었다.


대학교 선배가 날 기분 나쁘게 한 것과 회사 상사(특히 직속 상사)가 날 기분 나쁘게 하는 경우, 내 대처가 동일해질 수 없었다. 그게 사회였다.

흑흑 너네만 그러냐고.

사실 아직도 여전히 신입 입장이라 잘 모르겠다. 전 직장의 괴롭힘 가해자들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했는지, 내가 화내거나 분노할 자격이 없었던 것인지. 하지만 그 정도와 방법만 다를 뿐이지 회사, 특히 한국 회사(외국계 회사, 스타트업, 중견 중소 공기업 다 거쳤지만 한국에 주소가 있는 회사들)의 '보통의' 상사들은 비슷한 느낌이었다. 본질이 비슷했다는 것으로, 나 또한 주니어를 벗어나면 그렇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게 비슷하냐면


자신은 남에게 상처를 주고 선을 넘는 게 허락되지만


그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그 말에 기분 나빠하면 자신의 권리를 참해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이 거지 같다는 겁니다.

더 0 같은 점은, 나도 그런 사람이 안 될 자신이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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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경우, 위에 언급한 못난 마음 말고는 공통된 점이 없었다. 남들에겐 좋아 보이지만 직속 부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신입과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지만 회사에 몇 년 먼저 들어왔다고 꼬장 부리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훨씬 길었던 다른 사람들 중에도 신입에게 친근하게 대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며 유대감을 쌓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떤 '입장'이나 '그룹'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본질적으로 질이 그렇게 좋기만 하지는 않은,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평범함에서 조금 더 질이 별로인 사람이다.


회사는 그냥 좋은 사람이건 안 좋은 사람이건 모이는 곳이고(스펙적인 공통점만 있겠지) 회사라고 일만 하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일이 어렵거나 쉽거나 상관없이 남 괴롭히는데 혈안이 되거나 파벌을 만드는 사람. 권력의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어리거나 늦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고 그들이 못 버티면 '요즘 사람들은 쯧쯧'하는 사람.


난 그게 이제야 인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을 내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는 없음을 인정했다. 그들을 도발하지 않고 덜 엮이는 정도가 그나마 최선인듯했다. 더 회사생활을 할 수 있다면 아마 다른 팁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회사생활이 몇 년이 이어질지, 내가 다른 팁을 알게 될 지도 확실치 않다.


그나마 나 같은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책하지 않는 것뿐이다.


참 그리고 날 싫어할 사람은 어떻게 해서도 날 싫어하더라. 앞에서는 적당히 장단 맞춰주되 너무 맘에 들려고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회사에서 얻을 1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자기 페이스로 나가서 적당히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 파벌을 만들고 누군가를 떠보려는 사람들은 단순했다.


외롭고

남 눈치를 엄청 보고(그래서 남들 눈치를 안 보는 타인이 있으면 욕한다. 어떻게 해서든)

보통 자기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이 중요하지 타깃의 생각과 입장과 진짜 마음은 알바가 아니다.


그러니 자아도취인 그들의 안에 들어가지 않고 적당히 넘아가면 되었다.

나는 외롭지 않고, 남 눈치는 안 보지만 눈치는 개 빠르고,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상대방의 약점과 진심을 어떻게든 알아내어서 밑으로 끌어내리려는 소시오패스를 전 직장에서 상사로 모셨다. 그를 만나고 나니까 평범하게 귀찮은 사람들은 적당히 주변만 돌다가 내 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런 사람들 공통점은 뭐다? 자기가 남한테 미움받거나 남들이 불편해하면 엄청난 상처를 받고 폭발하는 우스운 멘탈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남을 싫어할 권리는 자신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죄송한데 그거 남들한테 다 들켰어요 님들. 하지만 님들이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은 더 님과 엮이기 싫어할 것입니다. 사회성도 머리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머리.


이런 사람들도 그리고 나 같은 둔한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하곤 한다. (둔하다는 것은 단단하다는게 아니라, 눈치는 챘으면서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 주는 능력은 부족한...그런 둔함을 말한다.) 그러니 너무 자책할 필요 없다. 그냥 당신은 당신대로 그곳에 있을 자격이 있고 맘에 안 들면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탈출할 권리도 있다.

feel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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