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지나버렸지만 나의 글 발행일은 오늘이니, 오늘은 어드벤트 캘린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것이 왜 이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논하는 브런치북에서 할만한 이야기냐면. 내가 작년에 이걸로 죽음을 하루씩 미뤘고 지금 1년이 지나서 친구들과 함께 어드벤트 캘린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나는 죽지 말고 살려는 노력 대신 하루씩 죽는 날을 미뤄보라고 했다. 혹은 다음날 하루를 그렇게까지 끔찍하지 않게 여길만한 선물을 조그맣게 준비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니, 그 점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 '아침에 먹어도 부담없는 조그마한 초콜릿이' ' 하루에 하나씩 들어있고' ' 예쁘고' ' 종류가 다양한' 어드벤트 캘린더는 최고의 아이템인 셈이다.
요즘 비싼것도 많은데, 나는 대부분 2만원 안팎의 것을 샀다. 작년에는 친구를 사줬고 올해는 함께 어드벤트 캘린더를 보러간 친구가 사줬다. (티엠아이지만 어드벤트 캘린더는 이제야 한국에서 좀 유명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 직구가 훨씬 많았다. 작년에 친구 것을 늦지 않게 주기 위해 먼저 주문하고 내 것을 주문했는데 친구는 크리스마스 3주 전에 도착하고 내 것은 거의 전날 스트라이크하는 산타마냥 도착해서 해외 배송이란 알 수 없구나,하고 생각했다.)
뭐 올해는 크리스마스 재미도 연말 느낌도 없는 어수선한 나라 판국이긴 하다. 그래도 굳이굳이 어드벤트 캘린더를 해봤다. 작년의 필사적인 마음은 어디가고 올해 어드벤트 캘린더는 신기허게 4개나 못 먹어서 크리스마스에 한번에 입에 털어넣어야했다. 당장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 달달구리들을 씹으면서 시간의 흐름이란 위대하다고 해야할지 허무하다고 해야할지, 참내, 하며 웃었다.
작년 이맘때쯤의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의 상황과 내 대우가 달라지긴 커녕 악화만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전 직장들에게서 상처를 넘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화상을 입었고, 돈은 떨어지고 있었고, 알바도 겨우 하는 곧 서른을 바라보는 취준생이었기에. 정말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고 했는데 그게 안되니 딱히 내일도 오늘과 다를바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겨웠고 질렸다. 눈 앞의 모든 것들이. 월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과 그래도 모아놓은 돈들과 그걸 어디서 정리할지 나는 어디서 마칠지를 고민하고 알아봤다. 최대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갑자기 사라지면 안될듯해서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드벤트 캘린더라는 녀석이 생각이 났다.
눈을 뜨면 크리스마스라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하루를 축하(?)하는 초콜릿을 먹어야했다. 우울한 와중에 갑분 크리스마스라니 참 웃기면서도 그냥 그때는 하루하루 연장을 하듯이,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