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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Dec 13. 2024

잘난 친구야, 밥이나 좀 사라.

열등감과 함께 살아가는 마법의 주문

내 삶에서 가장 큰 주축은 비교였다. 지금도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과거형을 써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1등을 하지 않거나 좋은 고등학교(특목고라는 게 아직도 있습니까?)를 못 가면 죽여버리겠다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시험 성적이 안 좋은 날은 죽으라는 식으로 맞거나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비웃음을 들었다. 모두가 안정을 느낀다는 집 안에서 내 방에서 나를 키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특히나 나는 무언가를 의식하고 열심히 하면 오히려 숨이 차서 부담감을 느껴서 결과를 못 얻는 타입이다. 이건 아마 결과를 얻지 못하면 죽는다는 10살 전후의 기억덕이겠지만. 그런데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즉,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는 그래도 나름 따라갈만했다. 시험문제 한두 개였고, 조금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대학으로 입학하는 거였고, 전공점수의 알파벳 정도였으나 이는 곧 좋은 취직처의 서류 합격 개수였고 취직 전 공백기의 차이가 되어 이젠 하늘땅별땅만큼의 재직 중인 기업 차이가 되어 버는 돈과 버린 시간의 차이가 다른 인생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사실 나는..뭐 별로 열심히 할 생각도 이제 없다.

난 노는게 제일 좋기 때문이다.



뭐 그렇지만 거기서 아직도 내가 제일 잘나지 못함에서 못 벗어났다. 내 워너비였던 직군의 모두가 당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에서 가장 몸값 좋다는 n연차를 다니는 나의 동기와 친구들은 이제 결혼을 하고 집을 사기 시작한다. 그런 나는, 이제야 다시 신입으로 취업을 해서 0에서 시작하는 나는...


이제 날 죽이러 온다는 부모가 없다. 그들도 과거의 부모이고 나 또한 그때의 내가 아니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말한다.


네가 나의 5배는 이제 벌테니(ㄹㅇ그럴 지도모름) 밥이나 사라고.

밥 사 밥 사

그게 내가 열등감을 인정하며 열등감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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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잘난 사람이 한때 나보다 못났거나 나랑 비슷한 걸음걸이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정말 괴롭다. 그러나 뭐 모두가 서울대를 갈 수 없고 모두가 삼성전자를 갈 수 없듯이 저게 내 길이 아닐 수밖에 없다. 열심히 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냥 갈만한 사람들이 가되, 부러워 미치겠으니까 밥이라도 얻어먹자는 그런 거지 같은 신념으로 살고 있다.

물론 매번 얻어먹거나 하진 않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가장 1등이고 내가 가장 잘 나가서 베풀어야 한다는 허영심으로 30년 가까이 살아온 내가.


야, 네가 돈 많이 버니까 잘 얻어먹을게(그쪽이 먼저 산다고 할 경우)

야, 너희 회사 부럽다. 나중에 밥이나 사라 부자야?(그렇다고 진짜 얻어먹진 않는다. 물론 한두 번은 얻어먹음 키키)


라고 말을 하면서 그냥 현상처럼 이 계급차이 같은 차이를 인정해 버리는 것이다.

이게 그냥, 못난 사람이 못난 나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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