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딱히 없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한 적은 있지. 몇 번이나 겨우 성취했던 것들에서 다시 굴러 떨어지는 순간들 말이다. 겨우 쥐었던 평범함이라는 포상을 아주 빠르게 빼앗기거나 잃거나 해서 결국 0이라는 곳으로, 아니 한국은 시간이 자면 손해라고 보니까 -3 정도로 다시 회귀하는 그런 나날들은 있다.
사실 기껏해야 남들이 보기엔 별로 고생한 것도 아니긴 하다. 다만 나의 경우 예전부터 내가 부족하면 안 된다고 믿어왔다.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았지만 스무 살이 되자 반수를 하면서 일단 1년 정도 남들에게 뒤처졌다. 그 반수를 실패하면서 그냥 복학한 아싸가 되어 1년간 다시 뒤처졌다. 전공이 안 맞아서 학기가 뒤집어지고 졸업만 하면 된다고 빌다가
졸업프로젝트는 또 잘 마무리되고 취업을 겨우 했더니 혼자 전환형 인턴에서 떨어지고 내 목숨을 살린 거나 다름없는 친구는 사라지고 다시 서른이 다 되어가어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고 공공기관에서 복사를 하거나 커피를 하는 최저시급을 받다가 다시 회사를 다니는 사람.
이런 일을 굳이 굳이 왜 적냐면, 뭐랄까. 평범함이 쉽지 않다는 사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도 감사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첫 직장인 인턴생활이 대기업이었고 그다음은 제법 큰 중견이었으니 종종 \<내가 성장은커녕 그냥 하락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허무함은 입사 동기였으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첫 연봉이 내 지금 연봉보다 몇천은 넘는, 결혼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더 커지곤 한다. 작은 기업 특유의 "별일 다 하는 " 그런 상황이 오면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몇 달 전에는 최저시급을 받으며 커피를 타고 배달의 민족 주문이 오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상한 진상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음료를 탔다.
그런 일도 했는데 내가 여기서 더 없어 보인다고, 미움받는다고, 이상한 사람 된다고,
뭐가 그리 중요할까. 목표인 경력과 월급을 쌓을 수만 있다면.
심리적으로 밑바닥이었던 시절은 전 직장에서 인간적인 것을 넘은 직장 상(사라고 하기도 그럼 상놈임)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1년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말들, 시비 거는 말들, 일이 잘 안 풀려서 누군가가 뭐라 하는 것들
못 한다고, 똑같은 실수 한다고 하는 것들
이젠 별로 큰 타격이 없다.
그땐 정말 생존이었기에. 이젠 남이 어떻게 평가를 하더라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나쁘게만 보이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날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니까. 남들은 의외로 남 평가하기를 좋아하니까. 그럼 굳이, 미움을 넘어서 괴롭힘을 당했던 입장에서야, 눈앞의 불편함 들은 그저 웃음거리로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난 정말, 보이지 않는 곳들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각오를 하고 시작했거든. 어떤 마음으로 밑바닥에서 다시 올라왔는지를 생각하면 남들보다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