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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Jan 19. 2023

여름은 모두 기적이었다 1

이 아이와 함께 8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 메인 사진: by teagarden

* 본문 사진: gettyimages.com

* 이 글은 작년에 여름에 쓰고, 반 년이 지난 지금에야 발행합니다.




8년 전 7월, 둘째 S를 출산일보다 2개월 앞당겨 만났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아이를 보러 병원을 다녀온 날에는 늘 힘이 빠졌다. 의사선생님은 계속 나에게 프로틴 음료를 꼭 사서 마시라고 권했지만 프로틴 음료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그게 무슨 맛이 됐든 입으로 잘 넣지 못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는 여전히 작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주변 분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원래 막달에 다 크게 되어있다라며 큰 걱정 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인터넷 맘카페에 들어가보니 실제로 막달에 다들 컸다는 산후 후기들이 많았다. 그렇구나, 큰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했다.


잘 지라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뉴욕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일주일동안 시차적응도 끝내고 슬슬 병원을 가봐야겠다 했다. 첫째를 출산한 병원에 들렀다. 선생님 표정이 꽤 무겁다.


어머니, 이 주수에 아이는 1kg이 넘어야해요. 그런데 지금 400g 밖에 안돼요.


네? 심각한 건가요? 저 회사 복직도 해야 되는데...


일단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소아과와 협진이 잘 되는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협진이 필요할 거예요. 그리고 복직은 추전하지 않습니다. 제가 전화를 해 놓을테니, 그 병원으로 가보세요.


그리고 며칠 후,

나는 한 대학병원에서 고위험군 산모를 주로 맡는 교수님을 마주했다.


어머니, 복직은 안됩니다. 일단 아이가 많이 작아요. 아이를 계속 모니터링할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외래 오세요. 그리고 아이의 성장 곡선을 추적하다, 더 이상 엄마의 뱃속이 유익한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바로 아이를 꺼낼 겁니다.


네? 그렇게 심각한가요?


임신 초기 감기에 걸려 밤새 기침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잘 먹지도 못했다. 그 모든 것들 때문에 그런건가 싶어 마음이 내려앉았다.




매주 정밀초음파를 했다.


그 와중에 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말은,


아이의 성별이 모호합니다.


였다.


교수님은 출산후 피검사를 해서 여아인지 남아인지를 구별한 후에 적합한 수술을 해야된다고 했다. 그게 여아이면 더 까다로운 수술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고 한 주 정도 지났을까?


아이 성장 그래프 곡선이 멈췄다. 선생님이 2주 전에 갑자기 오른 혈압을 낮추기 위해 처방한 약도 듣지 않는다며 혹시 모르니 소변검사를 하자고 했다. 결과는 단백뇨가 심각한 수치, 중증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입원을 권유하셨다. 흔한 말로 임신중독증, 전문 의학 용어로는 전자간증이었다.

아이가 많이 작으니 폐성숙 주사를 이틀 간 주사한 후, 유도분만을 해보자고 하셨으나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그날 밤, 한시간마다 간호사가 와서 피검사를 했다.


몇 시지?


핸드폰을 보는데 숫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비몽사몽이라 그런가, 별 생각없이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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