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한 가지 더 여쭤볼 게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우리 아이 팔에 뭐가 막 나는데 자꾸 번져서요."
"잠깐 볼까요? 모공각화증이네요. 소위 닭살이라는 겁니다."
"이건 왜 생기죠? 어디서 옮는 건가요?"
"아직 밝혀진 게 없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매우 큰 질환이고 전염성은 없습니다. 모공에 각질이 많이 쌓여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치료가 될까요?"
"사실 호전될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나이가 들면서 없어지기도 하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습을 충분히 많이 해주는 것입니다. 지금 나이에는 다른 치료법은 시도하기 어려우니까 보습만 충분히 해주시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모공각화증은 질환명 그대로 모공이 각화 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어떤 논문에는 사춘기 시기의 50% 인구가 경험한다고 볼 정도로 흔한 질환이기도 하다.
위 사진처럼 얼굴이나 팔, 다리의 바깥쪽으로 여드름처럼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염증이 동반되어 붉게 되어있는 경우도 있는데 피부색의 경우 하얀색을 뜻하는 alba를 붙여 keratosis pilaris alba, 붉은색의 경우 rubra를 붙여 keratosis pilaris rubra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위의 그림처럼 모공 안쪽으로는 각질이 쌓이지 않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모공각화증 환자의 경우 아래 그림처럼 모공까지 각질들이 차있고 모공 위까지 솟아오르도록 각질이 두텁게 쌓이는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이때 모공 주위를 압박하게 되면 모낭 안쪽까지 차있던 각질들이 하얗게 여드름처럼 나오게 되기 때문에 간혹 여드름으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왜 생기는지를 밝혀낸 사람은 없다. 다만 유전적인 요소가 있고 우성 유전을 통해 유전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지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여 발생하는지 모른다.
병의 경과도 다양하다. 보통 10대 때 가장 많이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도 하고 심해지기도 하고 치료에 반응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그만큼 모공각화증은 확실한 게 없다.
치료는 많이 역설적이다. 각질이 많이 쌓인 질환이니만큼 각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때를 밀거나 과도한 필링을 하는 경우 처음엔 제거가 된 듯하지만 오히려 점차 각화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모공각화증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보습이다. 보습제만 하루에 2-3번씩 덧발라줘도 처음엔 별 차이 없게 느껴지겠지만 몇 개월 지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화 현상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지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공각화증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보습이다.
보습을 해도 호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레티노이드 연고를 발라주어 각질이 분화되어 자연스럽게 탈락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레티노이드 연고는 12세 이상에서 사용 가능하며 얼굴은 가장 낮은 용량인 0.01%부터 시작하여 점차 용량을 늘려가야 하고, 팔이나 다리는 0.025%부터 시작하여 점차 올리는 것이 좋다. 자극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하여 발라야 하며, 바르는 동안 햇빛에 오래 노출되는 건 피해야 한다.
레티노이드 연고 외에도 유리아 크림을 발라볼 수 있는데 유리아는 낮은 용량에서는 보습인자로 사용되지만 용량이 높아지면 각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유리아가 들어가 있는 보습제를 바르는 것보다는 유리아 크림을 약국에서 구매하여 바르는 것이 좋다. 물론 이것도 자극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얼굴은 바르지 않는 것이 좋고, 팔다리에 바르고 자극되면 쉬었다가 발라야 한다. 외국 논문에서는 유리아 40% + 살리실산 2% 가 섞여있는 제품을 바르는 것이 효과가 좋다고 되어있는데 국내 제품은 못 봤고 외국제품을 직구해서 사용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붉은 염증이 동반된 경우 스테로이드 연고를 단기간 발라서 염증을 가라앉혀 주는 것도 미용적으로 도움이 되고, 얼굴의 홍조가 심한데 스테로이드로 호전이 안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레이저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레이저 치료에 반응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모공각화증은 치료 반응과 예후가 너무 다양해서 환자분들이 물어봐도 정확하게 답하기가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가장 중요한 치료는 보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