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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t Cracker Jun 27. 2024

번져가는 트롤링 앞에서, 다정을 말하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벌거벗은 남자들]


최근 연달아서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언사를 내뱉는 남자 청소년이 있는 곳에 강의를 다녀왔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공통적으로 그런 트롤링으로 인기를 끄는(혹은 끌고자 하는) 남자 청소년이 있었는데, 그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냐 (가담하느냐 무시하느냐 적극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환경이 천지차이가 됨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환경까지 바꿔내기에는 부족한 강사라 학교와 주변 교육을 하는 분들께 고민만 잔뜩 쏟아냈다. 그럴 때면 손쉬운 낙인이나 분노를 통한 응징이 자꾸 고개를 내민다. 분명 처벌과 마땅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너무 쉽게 개인에게 모든 문제를 환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든다.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다정해지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벌거벗은 남자들] 번져가는 트롤링 앞에서, 다정을 말하다.


이른바 '어그로'라 하여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화나게 하기 위해 도발하고 발끈해하는 상대를 보며, '긁혔죠?'라고 조롱한다. 특히나 남성들 사이에서는 '재미'를 빌미로 이런 의미 없는 유치한 논쟁, 트롤링(온라인에서 상대방을 고의로 약올리며 비웃는 행위를 일컫는 말)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꼭 있다. 주변 시선은 아랑곳 않고 위험하거나 무모하거나 무의미할수록 주변 남성들 사이에서 환호는 더 커진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현상을 꼬집어 "남자들의 유언 1위가 '괜찮아 안 죽어"라는 농담이 유행을 끌었다.


우리에게는 다정함이 필요해


대체 이들이 왜 이러는지 해석하고자 하는 다방면의 시도가 있다. 혹자는 그것을 진화론이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위험하고 무모한 일을 감수할 정도로 체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매력 있는 수컷임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또 한편 페미니즘적으로 해석을 시도할 수 있다. 남성연대 위계질서를 다잡기 위함이라거나, 젠더위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눈치를 더 보는 쪽과 덜 보는 쪽이 생겨났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이 모든 복잡한 현상을 한숨에 설명할 단 하나의 이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문제 원인이 무엇인지 그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는 게 진화 생물학과 페미니즘을 비롯한 각종 '학문'의 영역이라면 그렇게 분석한 원인으로 대안을 찾고 실행하는 건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다. 남성의 트롤링에 진화심리학적 근거를 들며 문제를 정당화할 수도, 남자들은 다 그렇다며 변화 불가능한 존재로 낙인 짓고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쉽게 마침표 찍고 재단하는 사람보다 애틋함과 다정함을 가진 사람이 분명 더 오래가고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117175?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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