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폭력 예방교육 후기

by Nut Cracker

201119_디지털성폭력 예방교육 후기


이번주에는 중학교 두 군데에서 디지털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같은 강의를 한 것 같은데도 학교에 따라 반응이 천지차이로 다를 때 가 있다.

특히 이번에는 성문화 센터에서 개발한 동일한 강의안을 토대로 계속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때에 따라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학교와 학생의 컨디션 같은 외부 요인을 감안하고 어떤 지점이 영향을 미쳤는지 고려한다면 이후 강의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다른 강사 멘토링에서도 지적받은 이야기였는데, 강의 앞단에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를 꼭 넣어야겠다. 안그래도 딱딱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 제목에 피티도 분위기가 무겁다. 앞부분에서 “디지털”하면 떠오르는 것을 조금씩 이야기 나누면서 긴장을 풀고 관계를 쌓아나가는게 필요하다.

이후 자기소개로 넘어가는데, 여기도 너무 딱딱하다.


성인 참여자면 몰라도 청소년 참여자에게 약력을 소개하는 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친근감을 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보여 줄 수 있을만한 소개가 뭐 없을까. MBTI를 보여준 적도 있는데 별로 적절치 않은 것 같고.. 적절히 성평등과 관련한 소재이면서 참여자가 좋아할만한게 뭐가 있을까. 이 분야에 관심 갖게 된 계기를 짧게 소개해보아도 좋겠다.


앞부분은 디지털 공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친숙하며 뗄래야 뗄 수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경험을 토대로 참여자들과 디지털 사용 시간 등을 공유하며 이를 ‘잘’ 사용하는게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다른 청소년의 디지털 사용 사례 세 가지를 통해 디지털 공간의 특징에 대해 소개한다. 전달, 공유가 용이하고 한 번 유포된 내용은 되돌리기 어려우며 디지털에 완전히 사적인 공간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디지털 공간의 특징을 알려주는 것은 좋은데, 사례가 청소년 참여자가 잘 공감을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일단 일기를 안 쓰는 참여자가 훨씬 많고, 얼평 유튜버에 대해 물어봤으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할 수 있으면 사례를 좀 각색해서 게임과 관련한 이야기를 쓰면 좋을 것 같다.


이후 디지털성폭력 O/X퀴즈를 진행하며 참여자들과 소통을 늘려나갔다.

디지털성폭력이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닌, 일상에 만연한 일임을 강조하기 위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고민되는 게 몇 가지 있었는데, 일단 선생님이 교실에 있을 때면 학생들의 참여가 확연히 저조해진다. 또 이번은 남녀공학, 합반이었는데 남자 청소년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여성 청소년은 의견 꺼내길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번 교육은 여자중학교였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강의 초반에 강사와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다. 이전에는 남자 강사라 어쩔 수 없나? 생각도 했는데, 그것만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내가 강의 시작 전, 초반부에 관계를 충분히 쌓지 않은 게 원인인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 살갑게 이야기도 나누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더 잘 만들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너무 낯을 가려서 세바시 느낌을 빼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친밀해질 수 있을까. 그래도 이제는 눈을 쳐다보며 강의할 수는 있게 되었으니 다음 주요 과제다.


이후 몇 가지 디성 특성 관련 퀴즈를 풀고 영상을 보여준다.

이번 영상에서는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가 어떻게 피해자를 그루밍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비교적 잘 담겨 있다. 영상을 보고 나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게끔 하나씩 질문을 나누어서 했더니, 피해자를 탓하면 안된다는 핵심 내용을 훨씬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주요 질문으로, 가해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가해자는 초반에 어떻게 접근했나. 그루밍이란? 주변에 이런일이 발생한다면? 등의 질문으로 바로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할 내용들을 맛보기로 이야기 했다.


다음은 온라인 단톡방 성희롱 사건 관련한 영상을 살펴보고, 이러한 것 역시 ‘성폭력’임을 강조하고, 목격자로서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다. 원래대로라면 이 파트에서 다른 참여자와 의견을 공유했을텐데 이 시국으로 인해서 짧게 이야기 듣는 것에 그쳤다. 조금 답정인 부분들이 있는데 그래도 여기에서 참여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내가 필요한 내용을 추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후기에서도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일들 역시 성폭력임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또한 너무 절망적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아서,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들이 문제가 나아지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임을 이야기했다.


지인 사진 유포 사례에서는 불법으로 촬영 된, 공유 된 사진, 영상을 보는 것 역시도 폭력에 가담하는 행위임을 강조하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사례가 역시 참여자들에게 공감을 사기 어려운 것 같기는 하다. 또 이 부분에서 참여자들이 이해할 수 있다면, 독일 2차세계대전과 나치 사례를 소개하면서 명령을 한 사람과 수행한 사람 역시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설명해주곤 한다.


바로 이어서 성폭력 문제의 스펙트럼과 동반자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이건 기존 피티에는 없는데 추가한 내용이다. 폭력 문제를 설명하면서 폭력이 비단 피/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임을 강조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때에 자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끔 한다. 앞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봤던 만큼 이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은 법 관련 이야기다.


다만 처벌이 강화 됐음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이만큼 우리사회가 이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그만큼 우리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는 어른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니 혹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꼭 주변 신뢰할 수 있는 어른에게 이야기하라는 내용의 전개로 이어진다.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보다 나쁜 어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한 청소년인권단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음 강의에서는 해당 내용을 넣으면서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을 연계해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 시국에, 어떻게 참여자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서로 논의를 진행할 수도 없다. 그저 앞만 보고 마스크로 부족한 산소를 마셔가며 강의를 듣다보면 정말 어쩔 수 없이 꾸벅꾸벅 조는 참여자가 생긴다.

목소리는 ‘솔’음으로, 강단을 좌우로 이동해가면서 필요할 때는 참여자가 있는 곳까지 가로지르고, 한 명 한 명 쳐다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언어 사용도 계속 신경쓴다.

아직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저글링을 하는 기분이다.

나중엔 외발자전거로 덤블링도 하겠지. 그때까지 열심히 패달을 밟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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