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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Oct 24. 2020

#08. 수채화 너란 존재 참...

얘는 도대체 뭘까?


 다시 꺼내보기 민망한 지난번 열대 바다 그림에 참패를 기록한 저는 또 재료 탓을 해봤는데요.

[열대 바다가 머리를 흔들 열대 바다그림 - 2017.01.25]


 '색연필이라서 그렇지 수채물감은 좀 더 부드러우니 더 낫지 않을까?'라는 허황된 생각을 하며 수채물감을 구입했습니다. 물붓도 추가 구매를 했는데 제가 구매한 물감과 붓은 다음과 같습니다.

[윈저 & 뉴튼 코트만 고체 물감 팔레트 세트/ 쿠레타케 물붓 대, 소]


 지난번에 쿠레타케 물붓 '중' 사이즈를 이미 구매하였기에 물붓은 대, 중, 소 모두 사이즈를 골고루 구비하게 되죠. '나는 초보이니 저렴하면서도 사용하기 좋은 물감을 사자.'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습니다. 사용할 종이는 '지난번 산 스케치북이 있잖아?'라고 더 안이했죠. 나중에 수채화를 그리면 그릴 수록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되었는데 수채화는 모든 것을 불투명하게 커버하며 그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투명한 상태로 물과 연합하여 그려야 하기에 물이 좋아할 수 있는 재료를 고르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당시 제가 고른 재료들은 물과 친하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조건들을 갖춘 재료들이었는데요. 그것을 알 리가 없었던 저는 포장된 물감 하나씩을 풀 때마다 참 두근거렸습니다. 


 이렇게 세팅을 마치고는 흥분된 마음에 '어디 그려볼 것이 없나? 하며 다양한 수채화들을 찾아 봤습니다. 제가 즐겨 방문하는 수채화 온라인 카페가 있는데요. 이곳에서 수채화 관련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특히 일상적으로 수채화를 즐기시는 분들의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어 함께 그림을 그려가는 여정에서 참 많은 동기 부여가 되는데 바로 '수채화 공작소'카페입니다.(https://cafe.naver.com/windmaker) 평소 이곳의 그림들을 살펴보며 멋진 풍경 수채화들을 눈여겨 봤었는데 '그래, 기왕 도전하는 김에 그리고 싶었던 풍경화를 그려볼까?'라고 큰 포부를 가지고 다음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스페인 광장 수채화 - 2017.02.10]


 그나마 다행히? 예전처럼 유화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반대로 색이 너무 안 칠해지는 거예요. 그 이유는 고체 물감은 튜브에 들어있는 물감과 달리 고체로 만들어져 물감의 응집력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튜브 물감이나 튜브 물감을 굳힌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이 물로 풀어줘야 하는 거였어요. 그걸 모르고 물도 찔끔 물감도 찔끔해서 종이에 칠하니 이건 투명이 아니라 아예 칠하다 만 느낌이 더라고요. 수채화 재료 추천을 할 때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수채화는 재료가 참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저품질의 재료로는 좋은 수채화의 느낌을 표현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저품질의 재료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우는 수채화에 아주 익숙하신 분들이 재료의 특성에 맞춰 그릴 때입니다. 즉 저품질의 재료들은 다른 그림의 장르들을 시작할 때와 반대로 초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수들이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 번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참 마음에 들었던 역이 있어서 사진으로 남겼었는데요. 이를 수채화로 도전해봤습니다.

 그리면서 '아니 이게 아닌데!'를 몇 번을 외쳤는지 모르겠네요. 하도 이상해서 색연필도 더하고 덧칠도 하고, 결국 두꺼운 펜 선을 더하다가 "에잇!"소리와 함께 던져 버렸습니다. 이 실패를 기록으로는 남겨야 할 거 같아 최대한 카메라를 멀리 잡고 찍었네요. 부디 확대해서 보지는 마시길요.

[아니 이게 아닌데! 수채화 - 2017.02.22]


 몇 개월이 지나 드로잉 워크샵이 끝나고 2017년 6월 5일! 드디어 첫 수채화 수업 날이 되었습니다. 드로잉 워크샵으로 도전의식이 충만했던 저는 '수채화 너도 도전해주마!'하고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죠. 조색 연습 후 '오 뭔가 되는 거 같나? 뭘 좀 그려 볼까?' 하며 블루베리를 그려 보는데


...


유화로의 복귀였습니다.

[유화로 가장한 수채화 -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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