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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결 Aug 17. 2021

그렇게나 더웠던 여름도 지나간다.

이 또한 지나간다.

2021년 1월. 

올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온다고 기억하는 겨울이었다.

눈도 많이 오지만 춥기도 추워서 집에서 거의 문을 닫고 지내며 보일러를 아낌없이 틀면서 지냈었다.

그 때문에 겨우내 번식한 곰팡이들을 없애느라 봄에는 셀프 도배까지 한바탕 해야 했다.


이번 겨울에 코로나 상황이 잠시 심각해져서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얼마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꼈었냐면 내가 사는 곳에도 확진자가 나왔었다. 

어느 날 퇴근 후에 집 앞에 소독을 완료했음을 알리는 종이와 구청에서 나눠준 마스크가 붙어있던 그날의 공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추운 겨울에는 이번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의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고, 아리 덥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냉랭한 눈발 몰아치던 겨울의 한기가 얼른 사라질 수만 있다면 여름이 빨리 왔으면 했다.


그런 기대함으로 맞이한 여름은 나의 교만함을 '똑!' 꺾어버리는 강렬함으로 찾아왔다.


최고 기온이 평균 35인 주(week)가 지속되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다가 끈적한 몸으로 눈을 뜨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잠을 푹 자지 못하니 아침마다 어렵게 몸을 일으켰다. 좀비처럼 살아가던 7월을 지내고 나니 8월에는 확진자 1500명을 돌파하면서 다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코로나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는 시기가 걱정스러우면서도 더위에 출퇴근길을 걷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했다. 


기대했던 물놀이는 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여름이 지나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여름도 사그라들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졌고, 더워서 깨는 밤은 없어졌다.

겨울 또한 지나가듯, 여름 또한 지나가고 있다.


문득 앨범을 정리하면서 옛날 사진들을 봤다. 보다 보니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게 자연을 놀러 다니면서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그 계절들은 적당히 넉넉하게 길었다는 느낌이 있었다.


코로나 3년 차. 2021년의 하반기 앨범에는 동네, 하늘, 체육관, 내 방 책상 위 풍경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사진만 남아있다. 

이 시간이 그냥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밖에서 놀던 때는 밖에서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겨뒀다면, 안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안에서 알차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남았으면 한다. 

요즘 1020 친구들은 "갓생살기"라는 말을 쓴단다. 열심히 자기 본분을 지키며 부지런히 사는 삶이라고 한다.

나의 2021년도 갓생으로 남길, 아니 적어도 갓생으로 살려는 마음가짐이 태도가 되고 습관이 되는 해가 되길 바라본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코로나 블루도 갓생의 에너지로 전환되길 응원해본다.

더운 여름도 지나듯 지금의 어려움도 이 또한 다 지나갈 것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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