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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살리아 Jun 12. 2018

보리밥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선물하지 마세요


보리밥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선물하지 마세요


엄마의 환갑을 2년이 지나고서야

터키 여행으로 축하드렸다.


나는 1년에 4회 이상 해외여행을 간다.

여행을 다녀온다고 엄마한테 말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의 응어리가 있다.


그것은 미안함인지 민망함인지

아님 그것도 아닌 단순한 불편함인지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그것이 이번 터키 여행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생각했나 보다.


엄마와 나는 여행 내내

십 분 간격으로 싸웠다.


지난주 가족들과 오랜만에 외식에 나섰다.

4인 가족 모두가 먹고 싶은 것이 달랐다.


어렵게 정한 장소에서

애피타이저로 보리밥이 나왔다.

엄마는 메인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보리밥을 3그릇이나 해치우셨다.


엄마의 어린 시절 추억의 보리밥.

아빠가 보리밥을 좋아하지 않아,

오랜만에 먹어본다는 엄마의 행복한 얼굴.


터키 여행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녀의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선물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깊은 고민 끝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때론 그것이

우연하게 찾아오기도 한다.

엄마의 보리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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