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는 어떤 맥주를 좋아할까?"
공연 업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뮤지션들은 상상 이상으로 무대 뒤에서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란다. 공연을 앞뒀을 땐 긴장을 풀기 위해 먹고, 공연이 끝나면 허탈함을 달래려고 마신다는 것. 그렇다면 뮤지션들은 무대 뒤에서 어떤 술을 마시는 걸까? 이걸 파악하려면 역시 라이더를 뒤져야 한다. 이미 얘기한 대로, 라이더에는 아티스트 취향이 상세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라이더를 통해 분류한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음주 유형이다.
공연 한 번 하면 1-2 kg쯤은 그냥 빠진다는 말도 있다. 가만히 서 있지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다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이렇게 흠뻑 땀 흘린 아티스트들이 즐겨 찾는 비 알코올성 음료는 크게 세 가지.
물, 이온 음료(게토레이) 그리고 탄산음료(콜라)이다.
그런데 알코올이 있는 것으로 하나만 더 꼽자면 바로 맥주를 들 수 있다.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함과 동시에, 약간 알딸딸한 정도 취기를 느끼려면 맥주가 딱 좋기 때문이다.
(2004년 라이더에서 발췌)
METALLICA DRESSING ROOM CATERING RIDER United States
- February & March 2004
.....(중략)
Beverages "All beverages are to be placed in coolers (please no Styrofoam) and iced down
(2) small coolers of clean drinking ice (12) cans of Diet Coke w/LEMON
(12) cans of Coca-Cola (6) cans of Sprite (6) cans of Pepsi
(6) cans of Red Bull(6) cans of SUGAR FREE Red Bull
(2) 1 Liter bottles of Schweppes DIET Tonic Water (Please no 2 liter bottles)
(6) 1 Liter bottles of Evian (must be liter bottles) (6) 20oz. bottles of Line IceGatorade (6) 20oz bottles of Glaceau Revive"Fruit Punch Vitamin Water
(6) 20oz bottles of Glaceau"Energy" Tropical Citrus Vitamin Water
(6) 12oz bottles of hiOsilver Oxygen Water (If Available in your Area)
(1) quart of 1% milk (1) half-gallon carton of Orange Juice - Not from Concentrate (2) quarts of Apple Juice
이것은 메탈리카(Metallica)의 2004년 월드 투어 당시 라이더이다.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가 워낙 유명한 술꾼이어서- 메탈리카 초창기 제임스 헷필드와 데이브 머스테인의 음주 일화는 다음 기회에 정리해드리겠다- 라이더 주류 항목도 엄청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알코올 안 들어간 그냥 음료수는 온갖 종류를 다 적어놨다. (코카콜라, 펩시, 스프라이트, 레드불, 스웹스, 생수, 게토레이, 비타민 생수, 산소음료, 우유, 오렌지 주스, 사과주스 등)
그런데 주류는 눈 씻고 찾아봐도 오로지 맥주밖에 없다. 쿠어스 라이트 맥주 12캔에 코로나 맥주 12병, 그리고 하이네켄 12병.
'에계... 이게 뭐야' 하실 분들 많으시리라. 그런데 정말 이게 끝이다. 아마 짐작컨대 제임스 헷필드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마친 뒤여서 그럴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천하의 메탈리카가 무대 뒤에서 ‘겨우’ 맥주만 마셨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2000년도 라이더에서 발췌)
The RED HOT dreSSING RooM to be stocked by 3PM
(중략...)
1. BEVERAGES
STILL "GLACER" WATER (GLACERS TYPE OF WATER). "NOTE"
NO EVIAN/CRYSTAL Geyser OR OTHER LOCAL BOTTLEd SPRING WATER,
(중략...)
이번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2000년도 라이더이다. 레드 핫 하면 무대에서 온갖 기괴한 퍼포먼스를 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 정도로 무대에서 발광을 하려면 백 스테이지에서 각각 위스키 한두 병에 테킬라나 보드카 한 병 정도는 마셔야 하지 않나 싶은데, 역시 의외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라이더에 기재한 술은 하이네켄 맥주 24병뿐이다.
(2003년도 라이더에서 발췌)
"Eminem Dressing Room Dinner"
(중략)
Eminem Dressing Room -The following items are required each evening. SERVING FOR TEN (10)
One (1) delitray with condiments (10 persons) One (1) sliced cheese tray (separate from meat) One (1) assorted fruit tray One (1) fresh vegetable tray with crackers One (1).jar of peanut butter One (1).jar of strawberry or grape jelly One (1) loaf white bread One (1) loaf wheat bread Hot coffee, tea, hot chocolate, Throat-coat tea, half & half, lemon wedges, honey. One (1) case of bottle water 12 oz bottles One (1) half-gallon freshly squeezed orange juice One (1) half-gallon cranberry juice Twelve (12) assorted Snapple fruit drinks (No Diet) Assorted mixed candies, chocolates (snack quantity) Assorted mix nuts Twelve pack assorted sodas (Coke-Cola, Root Beer, 7-UP, Gingerale) Twelve (12) pack of diet coke One (1) case of Mountain Dew soda Cans Two (2) gallons of fresh brewed Ice T (plain) no sugar no lemon Splenda Sweetner box of (50) Twelve (12) cans Myoplex Low Carb drink assorted flavors Ten(10) Low carb protein bars Six (6) cans Low Carb Proteinshakes w/bananas
역시 이번에도 반전이다. 딱 봐도 술 잘 마실 것 같은 힙합 스타 에미넴. 최근 트럼프를 대놓고 디스한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죠. 에미넴은 사실 술뿐만 아니라 약물 때문에도 고생 꽤나 하신 분인데, 2003년 투어 라이더를 보면 하이네켄 36캔 (one half case) 말고 다른 주류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백스테이지에선 목이나 가볍게 축이고 공연 이후에 클럽에 가서 제대로 드시는 모양이다.
여기서 잠깐...
4월 콜드플레이 내한을 앞두고 콜플 팬들에게 한 가지 재미있는 정보 하나 드린다. 어지간히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콜드플레이는 무대 뒤에서 대체 어떤 맥주를 먹을까? 영국 아티스트 중에는 미국 맥주를 유난히 싫어한다는 이들이 있는데, 콜드플레이가 대표적이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이번에도 라이더에 답이 있다. 다음은 콜드플레이 2003년도 라이더이다.
HOSPITALITY RIDER
COLDPLAY DRESSING ROOM to be in place by 4 PM)
1 BOTTLE VODKA
2 BOTTLES RED WINE
2 BOTTLES COLD DRY WHITE WINE, NOT CHARDONNAY
48 COLD STRONG CONTINENTAL LAGERS (BECKS or equivalent, NOT STELLA & NOT US BEERS)
드레싱룸에 보드카 1병과 차가운 화이트 와인 (샤도네는 안됨) 2병과 레드와인 2병, 그리고 벡스 같은 차가운 유럽 라거 맥주 48병을 요구했는데,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일단 벨기에 스텔라 맥주는 안 되고, 특히 ‘NOT U.S BEERS’- 미국 맥주는 안 된다-라고 적어놨다. 콜드플레이가 4월에 첫 내한 공연을 할 예정인데, 과연 이때는 어떤 술을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콜플 뿐만이 아니다. 이런 아티스트가 또 있다. 바로 2017 그래미를 휩쓴 영국의 팝 스타 아델이다. 아델의 2011년도 북미지역 투어 라이더를 한번 보자!
ADELE BUS:
24x small bottles still (non-carbonated) mineral/spring water (at room temperature)
2x quart bottles San Pellegrino sparkling/carbonated mineral water
2x Bottles very best quality red wine (Italian, French, Spanish or Australian)
영국 아티스트인 아델 역시, 콜드플레이와 비슷한 요청을 했다. 와인 2병과 함께 맥주 12병을 달라고 하면서, 벡스(독일), 스텔라(벨기에), 페로니(이탈리아)처럼 유럽 라거 맥주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미국 맥주는 먹지 않겠다며 – “North American beer is NOT acceptable”-이라는 문구를 눈에 띄게 강조해 놨다. 북미 지역을 순회하면서도 미국 맥주는 절대로 안 먹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역시 맥주 강국 뮤지션답게 맥주 입맛이 섬세한 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부터는 책 광고 - 곧 출간될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에는 술꾼인 아델이 술친구 미카와 함께 술을 먹다가 "Rolling in the deep"을 탄생시킨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아울러 콜드플레이가 선배 록그룹 오아시스와 한 무대에 서게 됐을 때 술에 얽힌 일화도 담겨 있습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