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대표의 입이 열린다. 천천히. 그리고 그 말이 나온다.
"텃세 심한 곳에 오셨어요."
옅은 미소와 함께. 2023년 겨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다. 미국에서 일하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업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려고 애쓰던 시절이다. 대표와의 만남도 그런 노력의 하나인데, 그 한마디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든다.
겨울이라서 창밖엔 찬 바람이 불고 추운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온이 마치 몇 도는 더 내려가는 듯한 서늘한 막막함이 느껴진다.
입이 마른다. 미세하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어색함이 들킬까?
"그러게요."
겨우 나오는 목소리. 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게.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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