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는 동네다. 지하철에서 내려 핸드폰에 지도 앱을 켜고 길을 찾아 걷는다.
길 건너로 큰 조카가 올해 입학한 대학이 보인다. 여기 오기 위해 노력했을 조카를 떠올리며 학교 사진을 찍어 누나에게 보낸다. '조카 학교 앞 지나가는 길'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내비게이션을 다시 확인한다. 여기서 10분 정도는 더 걸어야 한단다. 건물이 낮게 늘어진 한산한 길이다. 7월 오후의 햇볕은 뜨겁고 인도에 그늘은 잘 보이지 않는다. GPS가 나를 이끄는 대로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강연장 앞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그리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좀 한산하겠네.'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 시각이 되어 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서는 부족한 자리 때문에 의자를 여기저기서 더 가져왔다. 같은 세션에 최근 좋은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의 감독이 함께 있는 덕이다.
각자의 차례가 끝나고 나를 포함한 세 명의 강연자가 함께 관객들과 Q&A 시간을 가졌다.
손이 올라간다. 천천히.
"A.I.는 영화/드라마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 이 질문. 나올 줄 알았다. 마치 요즘 모든 강연에서 의무적으로 나와야 하는 질문 같다.
A.I.는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는 지금, 빠질 수 없는 이야기였다. A.I.는 편집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A.I.는 얼마나 일자리를 빼앗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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