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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25. 2019

5. 카불에서의 첫 달

라마단이어서 근무시간이 아침 9시에서 2시...

유엔여성기구에서 일했다고 해서 유엔개발계획에 와서 적응기간이 안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유엔 시스템에서 일을 안 했던 사람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차이점들을 받아들이고 학습해 가겠지만, 사실 한 달 정도 (4월 30일에 도착해서 글을 쓰는 오늘 5월 25일), 지나고 보니까 사실 둘은 별개의 회사이다. 아 참고로 말하면 유엔은 항상 원유엔이라고 모든 에이전씨들은 원유엔아래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한다고 말을 한다. 심지어 RCO 레지던스 코디네이터 오피스의 메일 주소는 one.un.org이다. 


첫 주가 지나자마자 라마단이 시작했다, 집중근무시간이 9시에서 2시로 바뀌었다. 라마단의 시작 날은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냈다 (보통 첫날은 많이 쉰다고 한다), 그리고, 첫날 나는 라마단이 어떤 영향을 나에게 미칠지 전혀 몰랐다. 그렇다, 집중 근무시간이 9시에서 2시가 되니까, 현지 직원들이 2시에 집에 간다. 나는...? 오전에 미팅을 잡고 외부에 나갔다 오는 일정을 하고 나면, 사무실에 들어오면 12시 1시, 그러면 팀과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2시, 다들 집에 가고.. 나만 혼자 사무실에 덩그러니 남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내가 해야 하는 밀린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한두 시간 팀과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점심을 번번이 거르곤 했는데, 소셜센터의 점심은 2시 30분까지이고 (나는 그곳의 $5 아프간 메뉴를 좋아한다, 왜냐면, 내가 뭘 먹을지 고르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여의도에서 좋아하던 돈가스 백반집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 난 3시쯤에 어.. 나 점심 먹어야 하는데... 근데 지금 먹으면 저녁이... 


여성부와 면담, 농업부와 면담, 카불대학교와 면담, 대통령 행정실과 면담, GRB 담당자들과 면담, 아침에 출근하면 차를 타고 한두 시간 (분명, 구글 지도로 보면 8킬로-10킬로 떨어진 곳이다), 가서 면담을 진행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생활을 이주 동안 했다. 카불 시내는, 번잡하다. 당나귀도 다니고, 염소도 다니고, 길가에는 닭과 강아지들이 흙바람을 휘날리며 뛰어논다. 많은 아이들이 거대한 포대자루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 다니며, 시내에 다가갈수록 체크포인트들이 늘어나고, 무장한 경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코롤라 차량이 엄청 많다. 한 번은 드라이버랑 우리 직원이랑 나랑 셋이서 코롤라 보일 때마다 코롤라라고 외치기를 하였는데, 2분 후 우린 그만두었다. 우리는 교통체증 속에 있었는데 한 8대의 코롤라에 포위되어 있었다. 길에는 신호등이 없고, 사람들은 아무 곳에서나 길을 건너려고 노력한다. 시내로 들어가려면 많은 로터리들을 지나는데, 자주 차량들이 로터리에서 역주행을 한다. 분명 중간이 나뉜 고속도로 같은 느낌의 길인데, 차량이 우리 차를 향해서 돌진해 오기도 하고, 좌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역주행 차량들의 물결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길가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좌판을 열고 물건, 채소, 과일을 파는데,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수박이다. 지금 수박은 파키스탄에서 온 거라고 한다. 체리, 살구, 복숭아도 자주 볼 수 있고, 바나나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육점은 밖에 소와 양을 매달아 놓고 팔며, 가끔 까만소인걸 털 색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죽 신발들을 많이 팔며, 스카프들도 자주 보인다. 그리고 갈색 막대기를 파는데, 그것은 남성용 칫솔 같은 거라고 한다. 카불의 북쪽에 보면, 큰 쇼핑몰들을 지나칠 수 있고, 그리고 종종 키가 큰 아파트 빌딩도 볼 수 있다. 카불의 중앙에는 작은 동산 같은 산들이 존재하는데, 우리 달동네처럼 사람들이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서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달동네 집들은 파랗게 빨갛게 색색으로 예쁘게 칠해져 있는데, 그것은 영부인이 진행하였던 사업이라고 한다. 대통령 행정실에 가서 밖을 내다보았는데, 그 달동네 집들이 정면으로 보인다. 매일매일 영부인은 그 달동네 집들을 보면서, 환경미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사실 치안 때문에, 차에서 나가거나, UNOCA 부지를 나갈 수 없어서 그나마 차창 밖으로 볼 수 있는 카불이, 내가 볼 수 있는 카불의 전부이다. 여기 온 이래로, 탈레반이 미국 정부의 펀딩을 받는 비정부기구를 공격해서 9명이 사망하였고, 금요일에 모스크를 공격하여서 10명이 사망하였다. 어제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크리켓 경기를 하였는데, 아프가니스탄이 이겨서 밤새 총성이 들렸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거기 있는 게 안전하지 않은 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컴파운드 안은 무척이나 평온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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