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움, 겨울, 어두움, 해가 없어!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공항에 2017년 2월 11일 일요일 오후 9시에 도착했다. 나를 터미널에서 기다린다고 했던 운전사는 오지 않았었고, 밖은 눈이 오고 어두웠다. 내 이름을 들고 기다리겠다며..라고 생각하면서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 영어를 못한다. 나는 우크라이나어도 러시아어도 하나도 못하는데. 15분쯤 후에 기사는 왔고, 나는 내 주소를 보여주고 어두운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 여신상을 지나 키예프 시내로 들어왔다. 분명 주소 상으로는 큰길이었는데, 운전기사는 나를 뒷골목 철문 근처에 세워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모든 아파트들의 문은 뒷길 쪽으로 나있었다. 그 크루스체브카 (khrushchevka,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5층짜리 콘크리트 빌딩의 아파트)에서 나의 키예프 생활이 시작되었다.
석사 논문을 쓰고 있던 때에, 유엔여성기구 UN Women 우크라이나의 공고를 보게 되었다, 늘 그렇듯 지원을 하고 지원했다는 사실도 잊고 있을 때에 롱리스트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간단한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서 최종합격자가 되었다. (나중에 언젠가 유엔의 채용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생각 중이다). 그 당시에 보스턴에 있었는데, 아무래도 우크라이나에 가기 전 설날에 집에 가고 싶어서 서울에 들려서 2주 정도 지내다가, 에어 아스타나를 타고 알마티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갔다. (참고로, 에어아스타나는 정말 깨끗한 새 비행기들이다, 근데 최근에 아스타나시의 이름을 바꿔서 누르술탄으로, 그럼 이제 에어 누르술탄인가..?)
유엔여성기구는 유엔하우스에 위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나에게 유엔여성기구의 주소를 보내주지 않았다. 첨언하자면, 그 당시에 유엔여성기구 우크라이나의 직원은 9명이었다, 엄청 작은 사무실이어서 홈페이지도, 페이스북도, 구글에 주소도 없는 상황이었다. 첫 출근은 무턱대고 유엔하우스로 갔다, 유엔 아이디도 없는 상황에 경비실에 가서 나 유엔여성기구 왔는데,라고 말했는데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다른 직원들의 도움으로 유엔하우스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아. 여기가 내가 일할 사무실이 아니라고 한다. 왜 어째서.. (유엔하우스에서 유엔여성기구는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유엔하우스에는 유엔개발계획, 유니세프, 유엔발룬티어, RCO, DSS등이 위치하고 있다. 뭐, 유엔여성기구의 위치가 더 시내에 있어서 더 좋은 건 함정. 바로 옆에 굴리버라는 쇼핑몰이 있고, 팔랏 스포르뚜 지하철역에서 1분 거리이다.
하늘이 흐리고, 추운 월요일 그날은 앞으로 1년동안 일거라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의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