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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뚜루 Aug 28. 2022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 회사 브랜딩

UIUX 디자이너는 어쩌다가 편집디자인과 회사 브랜딩을 하게 되는데..

들어가기 전에

현재는 1년 6개월의 경험을 뒤로하고, 금융권 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짧지만 불같은 연애와 같았던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담았습니다.


박람회 준비 - 어쩌다 편집 디자인


기업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중 하나가 바로 박람회다. 당시 회사도 박람회를 주기적으로 나가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곤 했다. 그러다가 입사한 지 4개월 차였나, 2주 만에 x배너, 벽보 포스터, 리플릿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원래는 회사에서 아웃소싱을 하였으나,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하니 한 번만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입사 이래 처음으로 UIUX 디자인을 벗어난 범위의 업무를 맡은 것인데, 이때 승낙한 이후로 피치 덱, 캐릭터, sns 콘텐츠 디자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디자인 관련 일을 맡게 되었다. 돌이켜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후에 새롭게 해야 하는 x배너와 리플릿 디자인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에게 돌아왔고, 그것들은 본업인 UIUX 디자인에 할애하는 시간까지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경험은 일하는 데에 있어서 나에게 중요한 기준을 가져다줬다. 내가 맡은 일 이상을 하는 건 괜찮지만, 이를 구성원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게 될 때는 과감하게 그 일을 그만둬야 할 때인 것이다. 이미 스타트업에서 디자인을 하는 이상,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거의 모든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 홈페이지 제작 - 어쩌다 팀 빌딩


 그렇듯이, 회사 홈페이지는 이미 존재하지만 다시 만들게 된다. 새롭게 앱을 출시하게 되면서 이를 포함하는 내용의 회사 홈페이지를 다시 만들어보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사실 앱의 컨셉은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목업 사진과 기능 별로 설명하는 웹페이지를 빠르게 디자인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런저런 회사 홈페이지 구성을 하던 도중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당시 회사 구성원 숫자가 적지만 단란한 분위기라는 점을 살려, 이를 잘 보여주는 따뜻한 느낌의 사진과 인터뷰를 구성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한참 다른 직군을 채용중이기도 했어서, 좋은 이미지로 홍보하기도 요긴했다. 생각한 즉시 먼지가 가득했던 내 dslr을 꺼내 푸릇한 자연을 배경으로 모두의 프로필 사진을 찍었고, 각자 약속을 잡아 약 40분가량의 직무와 가치관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돌이켜보면 앱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회사 자체에 대한 브랜딩을 해봤던 것인데, 앱을 설명하는 화면만큼이나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렇게 부캐인 인터뷰어가 되어 모두를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해준데는 회사의 파격적인 믿음이 컸다. 입사한 지 약 6개월 차였던 나는 인터뷰 덕분에 일대일로 모두와 이야기해보며 친해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회사의 브랜딩은 대표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일에 대한 가치관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소중한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재밌게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줬다. 석사 연구로도 정성적인 부분을 많이 진행하긴 했지만, 이렇게 내가 정성적인 방식의 조사인 인터뷰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같은 질문이라도 다채롭게 대답하는 사람들의 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영감을 주었고, 현재까지도 ‘유퀴즈’와 같이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듣고 엮는 일에 대해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다.



회고에 대한 회고


글을 쓰면서 돌이켜보면 스타트업에서의 하루하루는 숨이 가득 차오른 듯이 달리던 세월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업적 부분에서 성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재밌게도 본업인 UIUX 디자이너일 때보다도, 편집디자인이나 회사 브랜딩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몰랐던 흥미나 재능을 찾게 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집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체력은 잃게 된다...ㅎㅎ 여러모로 참 장단이 뚜렷한 시간이었다.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1.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 나의 역할

2.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 회사 브랜딩

3.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 캐릭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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