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클래식 초보다.
서양의 아주 대표적인 음악가와 연주자 몇몇.
그리고 국내의 유명한 연주자와 성악가를 알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정경화선생님과 김봄소리를 알고 있다.
정경화 선생님은 내가 어렸을 적부터 유명한 연주자로 대중매체에 많이 알려진 분이었다.
정경화 선생님의 활은 얄짤없다.
까칠함도 느껴지고,
가슴을 후벼파는 예리함이랄까?
때로는 '난 남달라. 다른 무언가가 있단다!' 라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다.
20대에 녹음하신 차이콥스키와 부루흐 음반을 들으면,
그 완벽함과 정확성과 예리함과 남다름을 느낄 수 있다.
거장 맞다.
그리고 그 분이 여자가 아니고 남자였고,
한국이 아니라 서양의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셨다면,
지금보다 더 큰 유명세와 권위를 가졌을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정경화 선생님을 우러러 보며 감탄을 연발하던 찰나.
우연히 동묘시장에서 낡은 엘피 하나를 샀다.
Yonguck Kim?
어라, 한국인인데?
저 당시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연주음반을 발매한 사람?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있었던거야?
ㅎㅎㅎㅎㅎ
호기심에 한장 사서 집에 와서 들어 보았다.
오래된 lp라 노이즈가 엄청 났지만,
그 안에서 정갈하고 단정하며 담백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잘난 체가 없었다.
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의 선을 확실히 드러내 주었다.
한 음 안에서 아름다움과 슬픔이 같이 느껴지는 그런 소리.
정경화 선생님의 연주가 칼칼하게 매운 낙지볶음 같다면,
김영욱 선생님의 연주는 자극적이지 않은 순두부 찌개 같다.
그래서일까.
김영욱 선생님은 독주자로서의 활동보다
실내악 연주자로 더 유명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90년대 후반 팔 부상으로 연주자 생활은 완전히 접으시고
지금은 서울대에서 교수로 계신다.
저 분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면....어땠을까?
연주자의 성격은 음악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담백하고 정갈하며 과하지 않은 김영욱 선생님의 연주.
그 성향처럼 서로 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실내악을 하신 것.
그리고 부상 이후 연주자의 생활을 마감한 것.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때에 맞게 적당하게,
겸손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참 멋있는 분이구나 싶다.
글쎄... 나의 생각엔,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서 흔치 않은,
부드럽고 여유있는 인품의 소유자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