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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거북이 Oct 20. 2020

꿈의 해석

'꿈은 무의식의 왕도'라는 말이 있다. 프로이트는 증상에 대해 자유연상을 하면서 꿈이 나타나고, 꿈에 대해 자유연상하면 빠르게 무의식적 소망에 다다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저런 유명한 말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꿈...

심리학자이지만 나도 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꿈을 꾸면 꿈에 나온 대상이 뭘 의미하는지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다.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모를 꿈해몽을 보면서 나의 상황을 끼워 맞춰 보기도 하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나 민담처럼, 꿈속에서의 대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원형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꿈속에 나오는 대상이 의미하는 바를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꿈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들이 '이건 이렇다.'라고 알려주는 꿈해몽은 진짜 내 꿈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꿈해석을 2017년쯤에 처음 시작했다. 김서영 교수님의 '내 무의식의 방'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어설프게나마 내 꿈을 살펴보았다. 꿈의 내용을 적고, 꿈꾸기 전의 상황들도 적어보고, 그때 나의 고민들을 함께 적어보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참 놀라웠다. 어설프게 혼자 해나간 나의 마음이야기였는데 그 결과는 굉장했다.

우선, 평소와는 다른 결정을 한 것이다. 아마 그냥 관성에 끌리듯 했을 어떤 일을, 꿈분석을 통해서 내가 그 일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이었다. 사실 거절하기 쉽진 않았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거절했다. 그 일은 나를 비롯하여 그 일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둘째, 내 모습을 달리 보게 되었다. 당시, 육아로 인해 상당히 힘들어했고, 육아로 인해 일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했고, 세상 내가 제일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다. 그러나 꿈을 찬찬히 살펴보니, 나는 육아하는 이 시간 속에서 행복도 느끼고 있었고, 내가 일을 줄이고 육아를 하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상당한 변화였다. 나의 능동성, 내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제대로 된 훈련이 없이도 혼자서 꿈을 통해 내 마음이 말하는 바를 알 수 있다니! 게다가 내 마음의 목소리를 알게 됨으로써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니! 개꿈이라는 둥, 돈과 관련되어 있으니 로또를 사라는 둥, 꿈을 이런 말로 웃고 넘기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년부터는 아예 꿈분석 파일을 만들어서 기억에 남는 꿈을 적고 꿈에서의 감정, 꿈의 표상에서 연상되는 것들, 최근의 상황들을 쭉 적어본다. 그렇게 자유롭게 적어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정리가 된다. 때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지금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행동을 용기 내어하게 된다. 게다가 1년 넘게 적어놓은 꿈내용을 쭉 다시 훑어보면, 그 꿈이 다시 보인다. 아.. 그때 이 꿈은 이걸 의미한 것이겠구나..  그러면서 나의 행동과 선택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꿈이 연속적이라는 것이다. 내 마음의 흐름이 그대로 꿈속에 녹아들어 있다. 1년 전의 꿈과 그 당시의 고민들은 지금의 나의 꿈과 나의 갈등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나라는 사람의 마음의 흐름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된다.


꿈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갈등이 있고, 어떤 것을 소망하는지, 내가 미쳐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준다. 꿈... 내 마음의 좋은 이정표이다. 내 마음의 기록이다. 그리고 마음은 살아있는 에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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