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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쓰 Jul 29. 2024

참 닮았다

아빠와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사촌이, 삼촌들이, 엄마가

내 언니와 오빠가 

친구가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던 내 곱슬머리. 



이런 곱슬머리에 단발은 어울리지 않았다. 

교복에 반드시 필요한 곱슬의 단발머리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귀 밑 잠깐 내려오는 그 짧은 머리는 

여기저기 출렁거리며 뻗치며 올라갔고 

어떨 땐 송이버섯처럼, 

또 어떨 땐 비바람이 쓸고 간 너덜한 나무처럼 

늘 그랬다. 

묶이지도 않는 머리, 단정하게 정리도 안 되어 

늘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나 홀로 아침마다 투덜대며 

어쩌지 못한 채 감내하고 삼키며 지냈던 것이다. 






40인승의 대형버스를 타고 장지로 향했다. 

내 앞자리엔 작은 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작은 아버지 뒤통수를 묵묵히, 

또 가만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뒤통수. 


하얗게 바랜 굵다란 머리카락 한 뭉텅이가 

출렁이고 구불거리며 뒤통수를 두껍게 덮고 있었다. 



내 뒤통수의 머리카락 모양이었다.



아, 우리는 한 핏줄에서 나왔구나. 

우리 아빠도 저랬구나. 그리고 작은 아버지도 그렇고.

그런데 우리 집에선 나만 그렇구나. 



그렇구나. 아빠와 나는 닮았었구나.






아빠를 만져 본 적이 언제였더라. 

어릴 때는 아빠가 그냥 너무 좋았다. 

아빠가 집에 오면 소리 지르며 안기고 

어딜 가면 꼭 그 손을 잡고 걸으려 했던 내가 떠올랐다. 

소파에 기대어 앉아 길게 뻗은 아빠의 다리 위로 머리를 베고 누워 잠들던 일.

그리고 아빠가 나를 안아 

침대에 눕혀 놓던 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커 갈수록 아빠에 대한 애정은 사라져 갔고

만져볼 생각은 하지도, 기억하지도 않았었다.





염을 하던 날. 


몸은 꽁꽁 싸인 채, 눈 감은 채로

입은 천으로 가린 채로

그렇게 누워 있는 아빠를 하염없이 울면서 바라보던 나는

손으로 그 코를, 그 뺨을 만져 보았다.

옆모습의 콧날이 나랑 참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내 코가 아빠 코를 닮았구나. 

아빠가 내게 남아 있구나. 

내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늙는다면 우리 아빠의 머리카락이 나와 같을 테고, 

아빠의 콧날이 나와 같을 거구나. 


그런 아빠의 주검을 꽁꽁 마른 천으로 감는데 

너무 세게 감아 혹여 아빠가 아프진 않을까, 

너무 세게 감아 다치진 않을까 생각했다. 

아.. 아... 너무 세게 감지 말지. 

저걸, 어떻게. 어떻게.



오빠는 작은 종이 하나를 코팅해 와 

아빠의 가지런히 모아진 손 아래 끼워 넣었다. 


그것은 아빠와 함께 불 속에서 타올랐고 

아빠의 뼛가루와 섞여 

무어이 아빠 거고 

무엇이 아빠 것이 아닌지 모른 채로 그렇게 하나가 됐다. 

지옥이 있어서 지옥에 갔다면 

지옥에서 아빠는 자신의 맨 몸에 남은 그 구절 하나를 갖고 

그나마 덜 뜨겁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이곳에 남은 아빠의 식구들은 

믿음을 잃지 않은 채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대단한 인간들. 



그런 아빠가 나에게 남아 있구나. 


내게 남은 아빠를 기억하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이어가겠구나. 

내게 평생 아빠는 남아 있겠구나. 


그렇게 나는 아빠를 추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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