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결혼
해가 밝아 올 때 쯤, 남자는 조원들에세 인사를 하고 먼저 회사를 나섰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누나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택시를 타고 원룸에 도착한 남자는 간편한 세면 도구를 챙겨 다시 원룸을 나서 다시 택시를 타고 부천으로 향했다. 그저께, 백화점을 간다며 어머니와 누나가 차를 가져가며 정장과 구두를 챙겨 갔기에, 챙길것은 세면 도구밖에 없었다.
꽤 오랜만의 부천이구나. 남자는 생각했다.
남자는 이제 시흥에서의 삶에 완전히 적응 한 것 같았다. 이번 회사는 남자의 마음에 썩 들었다. 사람들도 괜찮았고, 급여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회사의 미래가 밝았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소문들과, 점점 늘어나는 작업량들과 신립들이 그 증거였다.
물론, 큰 기업도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전 회사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러나, 남자는 이번 회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남자가 나고 자란 부천은 이제 남자에게는 좀 더 멀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누나의 결혼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남자에게 이제 부천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돌아가는 도시가 되었다.
누나가 결혼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아주 특별한.
누나는 남자보다 세 살이 많았는데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매형(남자가 글을 쓰는 시점이 결혼식에 끝난 이후이므로 매형이라 부른다)을 만닸다. 여차저차-. 해서 매형과 누나는 결혼에 이르렀다. 매형은 좋은 사람이었다. 쉬는 날이 없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비 오는날 누나를 차에 태우고 시흥으로 와 값비싼 보양식을 사주고 돌아가는 그런 남자였고, 결혼을 앞두고는 남자가 그동안 쓰던 낡은 지갑을 보고는 새로운 지갑을 구입해 그 안에 약간의 현금도 넣어주는 그런 남자였다. 남자즌 매형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고, 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아아. 두 분. 행복하세요.
부천에 도착한 남자는 먼저 옷을 갈아입고 쪽잠을 청했다. 두 시간밖에 잘 수 없었지만 야간 근무를 하고 바로 온 남자에게는 꿀 같은 휴식이 될 것이다. 남자의 방으로 쓰이던 방은 여전히 작고, 어둡고, 포근했다. 남자는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 남자는 먼저 씻고 기다리는 아버지를 차에 타워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결혼식장에 도착하자 누나와 어머니는 먼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람이 너무 북적여 답답하다며 결혼식장 밖으로 향했고, 남자는 잠을 깨기 위해 결혼식장 밖의 카페로 가서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그 이후의 일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남자는 결혼식장으로 돌아오자마자 부주를 준비하고, 축가를 준비하고, 몰려드는 지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폐백 음식이 잘 왔는지 확인하고 이바지 음식을 차로 날랐다.
이 중 남자의 걱정은 축가였다. 누나가 남자에게 불러달라고 한 노래는 한동준의 ' 사랑의 서약 '이라는 곡이었는데. 남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노래였고,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며 쉬는날도 거의 없는 탓에 연습을 거의 못한 탓이다. 남자는 틈이 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노래를 듣고, 예약실에서 노래 가사를 인쇄해 가끔 까먹을 때 보면서 부르기 위해 보면대에 올려놓았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었기에 결혼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곧 남자의 축가 순서가 다가왔고, 남자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남자가 예고한 대로, 남자는 미숙하게도 가사를 몇 번이나 까먹고, 노래를 몇 번 놓쳤다. 그러나 다행히도 하객분들은 박수를 과분하게 쳐주었고, 점점 후반부로 갈 수록 남자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축가를 끝내고, 남자는 허둥지둥 단상을 내려왔다.
결혼식이 끝나고, 남자는 차를 타고 먼저 집으로 복귀해 차에 가득실린 이바지 음식을 세팅해 집에 도착한 친척분들께 대접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몇 몇 친척분들을 차로 바래다 드렸다.
아. 이중에 복기할 만한 사건이 있었는데 식이 끝나고 연회장에서, 사돈어른(매형의 부모님)이 갑자기 남자를 불렀다. 그 이유 인즉 아름다운 처자 한 분을 소개시켜준다는 것. 남자는 놀라움과 감사함을 가지고 사돈어른을 따라갔고, 그 곳에는 정말 아름다운 처자가 있었다. 남자와 처자는 서로를 보고 부끄럽게 웃었다. 그러나 남자는 당장은 할 일이 있기에(부모님을 모시고 인사를 돌거나 식사를 하는 지인들게게 인사를 하는 둥) 그 처자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처자가 부끄럽게 웃는 모습은 남자의 망막에 잔상을 남겼고, 그 잔상은 꽤 오랫동안 갈 것 같았다.
사돈어른은 그런 남자의 마음을 알아 채셨는지 나중에 번호를 따준다며, 남자의 어깨를 툭 치셨다.
남자는 글쎄. 이번 해가 잘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누나는 이제 행복해졌고, 남자는 회사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여성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았다.
남자는 시흥으로 돌아와 단골 카페에 도착해 이 글을 쓰며 누나가 행복해졌으니, 이제 남자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완료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