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 현 Mar 22. 2022

다시 통영!  2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울을 떠나 고속도로를 달린다. 우등고속버스 제일 앞자리다. 우리를 포함해 총 승객 9명. 기사 분은 놀랄 정도로 운전이 난폭하다. 계속 추월하고 앞차의 뒷 꽁무니에 바짝 따라붙는다. 차라리 뒷자리에 앉을 걸 후회를 한다. 운전이 하기 싫어 버스를 선택했는데 남의 운전에 신경이 쓰여 불안하다. 비까지 내려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꽃샘추위로 영하에 가까운 온도인데도 난방을 켤 생각이 없는가 보다. 옷은 나름 두껍게 입었지만 발도 시리고 춥다. 말을 섞기 싫어 마냥 참았다. 좋아하는 발라드를 열 곡쯤 듣자 잠이 오기 시작한다.

     

휴게소라며 차를 세워 겨우 든 잠이 깬다. 15분 뒤에 타라고 한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화장실로 갔다가 가락국수를 보자 결국 먹게 된다. 어려서부터 빨리 먹는 것은 자신이 있다. 친구는 소화기능이 약해졌다며 빨리 먹지 못한다고 한다. 14분이 되어 난 먼저 버스로 향한다. 다른 승객들은 이미 다 타고 있다. 시간은 17분이 지나있고 기사가 노려보며 말한다. 다른 사람은요? 오고 있어요.라고 짧게 응수한다. 버스 안은 후끈후끈하다. 누가 말을 했나 보다. 춥다고! 친구는 변명처럼 가방을 놓고 와서 다시 갔어. 라며 버스에 오른다. 나보고 한 말이겠지만 나긋한 목소리에 버스 안의 분위기도 느슨해진다. 대화를 할 수 없으니 또 각자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이번엔 너무 더웠지만 융통성 없는 성격인지 통영에 갈 때까지 그 상태였다.

    

통영에 낮 12시 10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통영 친구는 차로 나와 있다. 몇 번을 와도 친구가 바빠 같이 많이 논 적이 없다. 동행한 친구가 복이 많다고 너스레를 떨며 셋의 3일을 시작한다. 통영 친구가 전에 아침을 사 주었던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바닷가에 바로 있는 닭백숙을 하는 곳인데 난 닭을 먹지 못해 정식을 시켜 먹었었다. 주인분이 나전칠기의 명인이고 아내분이 음식 솜씨가 좋아서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다. 김치, 미역국, 생선구이, 여러 나물까지 친구는 감탄을 하며 먹는다. 전부 농사를 지은 거로 직접 다 만든 양념으로 조리를 하니 서울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맛이다. 1인분에 8천 원이다.  

    

차로 미륵도 해안을 30분 정도 드라이브하고 달아 공원에 들른다. 날씨가 조금 개어 앞의 섬들이 잘 보인다. 친구는 통영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다. 여기서 이순신 장군이 싸웠어? 어 여기 바다, 저기 바다 다 전투를 한 곳이지. 라며 무책임한 말을 해 버린다. 친구는 내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경치를 사진에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다시 해안 도로를 달려 통영에 갈 때마다 가는 카페로 향한다. 전망이 정말 좋은 곳이다. 전에 혼자 왔을 때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하며 바다를 마냥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물이 좋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20살 때 간 흑산도에서는 하루 종일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바라보다 왔다. 파도는 어딘가에서 와서 바위에 부딪치고 다시 거품으로 사라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파도의 모습에 나를 발견하고 있는 걸까?

                                            

셋이서 커피와 카스텔라 안에 크림이 꽉 찬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구름이 걷히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늘이 비추어 바다색이 되는 건지 바다도 서서히 짙은 먹색에서 회색에 가까운 하늘색으로 바뀌어 간다. 저 바다를 계속 바라만 보고 싶어 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싶다. 동행만 없다면...                                                                                                                        3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통영이 부르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