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사용의 어려움
치열한 1, 2월 신입생 교육을 할 때면 늘 3월에 어딘가 떠날 희망으로 견디며 참는다. 물론 우수한 학생들과 만나고 친해지고 일본어 실력이 쑥쑥 성장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도 보람이 있고 기쁜 일상이지만, 휴일이 없이 매일매일 9시간이 넘는 강의는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3월에 떠나는 곳은 대부분 일본이었다. 가깝기도 하고 만만하기도 하고 일본어 선생이 일 년에 한 번은 그래도 일본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올해는 작년에 3회나 일본을 가서인지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미국은 2번 간 적이 있어 별 호기심이 일지 않고 동남아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발리는 가 보아서 별로 끌리지 않는다. 남은 것은 유럽인데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들 거 같아 선뜻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다.
여행을 가지 않는 대신 엉망인 내 몸과 대화를 나눠 보기로 한다. 일단은 피티를 받기로 결심을 했다. 몇 년 동안 고통받은 엘보도 웬만한 거 같으니 테니스도 욕심을 내어 보고 싶다. 영어와 보태니컬 아트도 문화센터에 수강등록을 했다. 3월과 4월은 나 자신의 몸과 머리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채워보기로 한다. 매년 일반고의 내신이 몇 개는 들어왔었는데 올해는 하나가 들어왔다. 그것도 가격을 너무 세게 불렀더니 연락이 없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월목은 테니스, 화금은 피티, 수는 영어, 금은 그림. 일주일이 금세 꽉 찬다. 매주 하루는 송파에 사는 친구와 만나서 밥을 먹고 놀았다.
그렇게 3월을 보냈다. 한 달을 나에게 집중한 결론은 오른쪽 고관절 통증과 공허함과 시간 낭비였다는 자책감이다. 3월 마지막 주에는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 정리, 영어, 독서, 운동, 글쓰기, 필사, 교재 만들기 이 7가지를 매일 1시간씩 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지켜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나마 목표라도 세우니 그동안 낭비되고만 있던 시간들이 다시 색을 찾는 느낌이다. 물론 하루도 제대로 지킨 날은 없다. 어제 4월 2일은 집 정리를 3시간과 운동을 1시간 반 했을 뿐이다. 4월 1일은 친구랑 하남까지 가서 하루 종일 먹고 놀았다. 오늘은 영어 강의가 있었고 스스로도 처음으로 1시간을 공부했다. 글쓰기는 계획을 세우고 지금 처음 쓴다.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뿌듯하고 기쁠까 생각해 본다. 그럼 나는? 어떤 시간이 죄책감이 남지 않고 보람찼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역시 깨달음이 있어야 하는 순간일까? 아님 행복감이 느껴지는 순간?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일 년을 기다려도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고 지고 말 꽃이기에 안달이 나서 더 탐하게 된다. 그 꽃을 바라보고 사진으로 찍고 그 아래에서 맥주라도 마시고 재미있는 책이라도 읽고 싶다. 막연한 그런 모습이 이 봄날에 아깝지 않은 시간일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져서 나 자신에게 충실하게 보냈어도 만족을 못 하는 내가 문제일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25일 정도가 남아있다. 처음으로 가져보는 자유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