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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훈 Nov 20. 2018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일상의 허튼짓!

빨때 없이 삼각 우유 마시는 법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 유독 관련된 보도가 많았다. 지난 몇 년간 전문가들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규모와 문제에 대해 연구했는데 지난해 그 결과 발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흥미롭고 동시에 공포스러운 내용은 쓰레기 섬에 대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조사와 발표에 따르면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1조 8000억 개가 모여 만들어진 쓰레기 섬(GPGP)’이 있다. 그 크기만 남한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섬을 국가로 인정해달라고 UN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 꽂힌 바다거북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채널

특히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로 살아온 바다거북의 사연은 영향력이 컸다. 이것이 알려지자 일반 대중들도 분노(憤怒) 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일상에서 내가 편하게 쓰는 빨대가 생명체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하루하루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말잇못*일 수밖에 없다. * 말을 잇지 못함을 줄인 신조어



이뿐만 아니다. 자외선(UV)와 파도 등에 의해 잘게 부서져 입자화된 5밀리미터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체에도 흡수될 수 있다. 물고기들은 떠다니는 플라스틱 입자를 먹이인 줄 알고 먹는다. 이것이 소화기관을 막아 당장에 폐사(斃死) 할 수도 있지만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것은 소화기관에 머무르게 된다. 이 경우에 인간의 소화불량과 비슷한 장애를 겪게 된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소요된다. 물고기가 죽어도 플라스틱은 살아남아 또 다른 생명체를 괴롭히는 셈이다. 또 이 문제는 먹이 사슬을 타고 상위 포식자에게 옮겨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호주 머독 대 엘리차 저마노브 교수팀이 국제 학술지 ‘트렌드인 이콜로지 앤드 에볼루션’ 4월 호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플랑크톤, 새우 등은 물론이고 바닷물에서 채취한 천일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제 사람도 알게 모르게 미세 플라스틱과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환경 호르몬을 먹고 있는 셈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설치한 고래 조형물 사진 : 그린피스 필리핀


PET 병이나 비닐봉지같이 원형 그대로 바다를 떠도는 경우에도 위협적이다. 고래 같은 대형 생물의 경우 그대로 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의 버린 쓰레기로 고래가 폐사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일례로 올해 2월 27일,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해변에서 발견된 향유고래의 위와 내장에서  다양한 모양의 플라스틱 물병과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그 양이 자그마치 29킬로그램에 달한다. 무르시아 엘 바예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몸길이 10미터 무게 6톤에 이르는 이 젊은 수컷 고래의 직접사인은 복막염이고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인간이 버린 쓰레기였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포장재의 분해 주기

지난해 7월,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롤런드 기어 교수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련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2015년 기준으로 약 63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단 9 퍼센트만이 재활용되고 12 퍼센트는 태워진다. 이외의 처리 방법이 열거되지 않았으니 나머지 79퍼센트는 버려지는 셈이다. 기어 교수팀은 문제의 심각성이 과소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추가 설명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의 35퍼센트가 포장재인데 이것은 만들어진 후 고작 3일 사용되고 바로 버려진다고 한다.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과 소비뿐 아니라 유통 과정을 포함한 현대인의 생활 전체가 바뀌지 않으면 이 악순환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한 작은 노력


나는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을 덜 쓰기 위해 특히 머그를 자주 사용한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해야 마실 수 있는 음료들, 예를 들자면 삼각형 피라미드(?) 커피 우유**는 포장의 구조상 빨대를 꽂아 먹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하지만 나는 이 음료를 마실 때는 별도로 컵에 따라 마신다. 하지만 난 이 방법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나중에 잔을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유 지방 때문에 반드시 세제를 이용해야 한다. ** 이 제품의 정식 명칭은 서울우유 커피 포리 200이다.


스타워즈 스톰 트루퍼스 머그


사실 예전에는 테트라팩 봉지 일부를 자른 후 거기에 입을 대고 마시곤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다소간의 내공(內攻)이 필요하다. 이렇게 우유를 마시다 보면 봉지 자체가 압축되면서 위쪽 절반의 액체가 봉지 안에 갇히는 꼴이 된다. 그것을 억지로 빨아먹기도 싶지 않다 게다가 자칫 흘리기 십상이다. 여기서 팁을 하나 소개하자면 봉지의 다른 한쪽 귀퉁이를 살짝 잘라내면 그곳으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서 멈춤 없이 커피 우유를 마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플라스틱 빨대 없이, 컵을 닦을 필요도 없이 삼각 우유를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이 방법을 쓰지 못한다. 아내의 반대 때문이다. 


플라스틱 빨대 없이 삼각 우유 마시는 방법 


서울우유 커피 포리 200


내 아내는 친환경을 반대하는 나쁜 사람인가? 아니다. 내가 삼각 우유를 마시고 나서 바닥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공기구멍이 생긴 삼각 봉지는 쥐고 있는 손의 압력에 따라 한꺼번에 많은 양의 커피 우유가 입구로 쏟아지기 때문에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하다. 이것에 자신 있다면 추천한다.


내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 빨대 한두 개로 당장에 세상이 망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나 같이 생각 없는 사람이 수억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또 높은 지적 능력이나 사람 됨됨이가 필요치 않다. 좀 더 원색적(原色的)으로 말해보자! 높은 수준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식 문제라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이것은 바로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bridgesward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쓰고 버리는 행동은 지난 세기 풍요 속에서 이미 우리의 부모 세대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예전에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습관들이 만든 문제들로 위협을 받고 있다. 이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래에 우리 아이들은 더 큰 문제를 떠 앉아야 한다.


중국, 세계 최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국가


아래 목록은 비영리단체 ‘지구의 날 네트워크(earthday.org)가 2018년에 발표한 플라스틱 배출 국가 순위로 예상대로 중국이 1위다. 이들은 연간 882만 톤의 폐기물을 배출한다. 2위는 의외로 인도네시아가 차지했는데 322만 톤을 버린다. 3위는 188만 톤으로 필리핀이 차지했다. 이후 순위는 베트남 188만 톤, 스리랑카 159만 톤, 태국 103만 톤, 이집트 97만 톤, 말레이시아 94만 톤,  나이지리아 85만 톤, 방글라데시 79만 톤, 남아프리카공화국 63만 톤, 인도 60만 톤,  알제리 52만 톤, 터키  49만 톤, 파키스탄 48만 톤, 브라질 47만 톤, 버마 46만 톤,  모로코 31만 톤, 북한 30만 톤이다. 대체로 후진국이거나 국민 의식이 낮은 나라일 수록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 많다. 여기에 미국도 동참해 28만 톤으로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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